매일신문

[김건표의 연극 리뷰] 황해도 평산 성주 굿, 충청도 ‘성주 안택 굿’ 이용녀 만신과 조부원 법사의 한반도를 잇는 ‘이 땅의 굿’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토속 민간신앙이었던 굿은 수천 년의 역사로 대물림 되었고 연극의 원형이기도 하다. 무속을 미신으로 치부해 왔지만, 유교 사회는여전히 접신 하며 길흉화복을 예측하고 악귀를 몰아내는 무속의 존재를 믿고 있다. 그만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비한 세계가 무속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제 무속은 국가 문화유산이 되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문화재라는 명칭을 써온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 5월부터 시행된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문화재라는 명칭이 국가유산으로 변경되어 '국가유산진흥원'에서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현대적으로 개량화하고 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김고은 분)은 날 선 칼을 들고 경문을 흥얼거리며 '대살 굿'으로 굿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한 패러디 버전으로 영화 파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내림굿'으로 무당이 된 강신무들이 접신(接神)으로 신이 강림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굿판을 벌이는 무당이 빙의를 해 혼령 소리로 호통을 치기도 하고 악귀를 쫓아내 미래를 예측하는 굿판은 신비하고 기이한 광경도 볼 수 있다. 영화 <파묘>부터 무당과 신, 악귀 얘기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시작한 것은, 강남대로 신 선릉역 인근에서 올려진 <이 땅의 굿>(국가유산진흥원, 민속극장풍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연에는 국가 무형유산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전승자인 이용녀 국가 만신의 '황해도 평산 성주 굿'의 진수(眞髓)를 보여주었고 충청남도 무형유산인 '내포 앉은굿' 보유자인 법사 조부원의 독경의 진미(眞味)를 확인할 수 있는 충청도'성주 안택 굿'은 '이 땅의 굿'으로 6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146석의 풍류극장 굿판은 만석에 가까웠다.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 '예인(藝人)이용녀 만신'의 해학과 신명, '조부원 법사' 독경의 위로와 치유의 굿

이용녀 만신은 외할머니가 당대 최고 무당인 신촌(1922~1988)으로 불리던 만신이었다. 굿판을 보며 자란 만신은 무당이 될 생각은 없었다. 무당 운명은 장례식 날 일어난다. 만신은 그날 망자가 된 할머니로부터 신명(神命)을 받게 되고 조채분 만신에게 내림굿을 받고 강신무의 삶은 숙명으로 이어진다. 내림굿을 받은 뒤 전국 팔도를 다니며 굿판을 열고 대동굿, 재수굿 할 것 없이 섭렵한 이용녀 만신은 그 뒤 평안도 말투를 툭툭 던지며 신들을 섬기고 호령하는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전승자가 되었다. 황해도 성주 굿판은 세습무처럼 굿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익살, 재담, 민요와 무가를 섞어 선보이는 예인(藝人)의 특징도 보이고 신을 모실 때는 강신무의 예지력과 엄숙함도 보이면서 1인 굿판의 묘미를 보여준다.

조부원 법사는 태안군 근흥면 안기리에서 청룡당(靑龍幢) 서당을 운영한 한학자 고(故) 이래황으로부터 신과 접신을 하는 경(經) 배우게 된다. 조부원이 열세 살 때 이래황 만신과 인연이 닿았는데 독경으로 모친을 치유한 전적 때문이다. 이때부터 법사는 이래황을 통해 논어, 맹자 등 한학을 배웠고 경문과 설위설경, 귀신착수의 비법을 전수받게 된다. 제대 후에는 서아지 무녀의 신당을 물려받아 법사가 되면서 독경과 설위설경으로 조부원 법사만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안택굿의 특징은 독경무를 앉은굿 형태로 진행되는데, 안택 성주굿은 대주 성주신을 위한 굿의 의례다.

'이땅의 굿' 자문위원인 이명준 한국 무속신앙 전문가는 " 충정도 내포 앉은굿 성조 안택경은 주로 해거름쯤에 합니다. 낮부터 준비를 시작하는데, 독경을 하기 전하는 일은 황토 배설로 굿하는 장소를 정화하고 부정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의식으로 시작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택 성조경은 조왕상을 올려 소박한 상차림으로 진설하고 사중팔신 위목을 붙이고 볼 밝기 쌀에 불을 밝힌 초에 성주대를 꽂아 놓고 성조신이 강림하도록 신을 부르는 성조 강림 축원 독경을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귀신착수'를 통해 해를 입히는 귀신을 잡아내 단지에 가둬 인간 세계와 단절시킨 뒤 인간에게 더 이상 해를 입힐 수 없도록 하는데, 귀신착수는 축사 경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이명준 전문가)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무대는 신당처럼 공간화했는데. 이용녀 만신이 모시는 굿상이 가로 5미터 세로 1미터 정도로 중앙에 크게 차려져 있었고 신들 음에는 정성이 보였다. 좌우 벽면으로 단군, 장군, 동자, 선비 신들부터 수십명의 무신도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무대 위와 객석 뒤편으로 조부원 법사의 섬세한 칼끝으로 문양을 내어 세워진 설위설경(設位說經)이 그물 문양으로 촘촘한 집 형태의 문양으로 채워져 있었다. 객석 뒤는 다양한 형태의 부적들이 벽면을 감싸고 있었다. 두 만신의 특징을 연극적인 연희공간으로 연결해 이 땅의 굿판을 공간화했다는 점이 두드러져 보였다. '이 땅의 굿' 해설을 한 문희순 교수( 충남대학교 충청문화연구소)는 "한국문화유산의 원형은 '굿'이 아닌가 생각"된다 라며 "이용녀 만신의 굿은 해학적이고 신명이 넘치는 버라이어티한 연희의 다양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조부원 법사의 앉은굿은. 경문을 읽은 진지함이 내포되어 있고 신을 마주하는 엄숙함으로 삶에 위로와 치유를 주는 굿"이라고 진단했다. 이 땅의 굿판은 황해도를 시작으로 남쪽 충청도 굿까지 한반도를 거쳐 서울 강남까지 이어주는 굿판인 것이다.

이명진 굿 전문가는 "이용녀가 하는 성줏굿은 황해도 평산 지방의 성주 굿으로 이용녀만신 외할머니인 신촌 만신이 예전에 본인의 신림동 자택에서 했었던 성주굿을 이용녀만신이 기억을 더듬어 50여 년 만에 재현해 낸 의미있는 굿"이란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성주신'은 보통 집과 사람(가족)을 지키는 신이다. 액을 물리치고 재수를 기원하는 굿판인것이다. 황해도 평산 성주 굿은 통상 15개 거리로(신청울림, 상산맞이, 초감흥거리, 칠성거리, 영정물림, 소대감거리, 성주거리, 군웅거리, 타살감흥거리, 장군거리, 육대감거리,장군거리, 말명거리, 서낭거리, 조상거리, 마당거리)이어지는데 5일 동안 굿을 24시간 동안 하기도 한다. '이 땅의 굿' 공연에서는 6개 거리(신청울림. 상산 맞이, 초감흥거리, 칠성거리, 대감거리와 뒷전) 등 6개 거리로만 황해도 평산 성줏굿의 하이라이트만 진행되었다. 이용여 만신의 황해도 굿은 연극의 원형을 보는 것 같다. 재담, 익살, 사설, 무가와 민요를 섞어서 하고 소리굿은 판소리 리듬과 가락으로 신명 나게 휘감았다가 민요로 풀어서 놀면서 진행된다. 바라와, 99개의 구슬 방울을 들고 원을 돌고, 어깨춤 추고, 두 손으로 춤사위를 하시는데 정적이면서도 리듬감은 단백하다. 동작하나에 호흡, 리듬, 문화유산의 묵직함이 현란하지 않아도 어깨 리듬에 그대로 배어 있고 무당의 익살은 가무악이다.

무가는 판의 리듬으로 엄숙하면서도 사설과 무당의 입담으로 무대를 관객과 대화를 주도적으로 하며 자유자재로 흔들어 놓는다. 조무(신의 제자) 두 명과 악사(장고, 피리, 북)로 청배를 드리고 성주신 모시는 것부터 이용녀 만신은 황해도 말투로. "그렇지, 그래, 어" 하며 악사와 주고받는 사설은 리듬이 유쾌하다. 동자신으로 의복을 갖추입고는 무대에서 굿판보다는 연희에 가까울 정도로 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성주 안택굿'도 3박4일 동안 앉아서 독경으로 성주신 부르고 잡귀를 쫓는 경을 읽는 방식인데 공연에서는 2시간 정도 진행됐다. 귀신 착수에서는 암 환자분을 불러 진행되었다. 조부원 법사의 경은 흥얼흥얼하면서도 독경에는 말의 장단이 들어있고 고깔모자를 쓰고 성주신 불러 제를 올릴 때 엄숙하면서도 법사의 입담은 익살 굿 같다. ​조부원법사는 충남 무형문화재인 태안 설위설경의이수자로 '내포 앉은굿'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보존회장이 되었고,보유자가 되었다. 그의 손끝으로 만들어지는 설위설경과 독경은 당대 최고이고,이용녀 만신의 황해도 평산 성주 굿은 문화유산이다.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이 땅의 굿.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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