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흰빛 아우성이다 봄비 며칠, 최정산에 쏟아지는 흰빛소리 계곡에 가득하다 피어오르는 희뿌연 안개구름에 절집 한 채 숨어있고 버섯구름 닮은 질문만 이백 가지, 항아리에 물 붓듯 대답이 쏟아진다*
모퉁이 돌자 디디던 길 홀연히 사라진다 채근한 일도 없는데 저리 각중에 가버리다니 이 편 저 편 경계는 사라지고 타다만 숯이 된 마음
돌계단 올라서니 불쑥 솟는 산벚나무 두 그루 대답처럼 검은 둥치에 흰 꽃구름 한 덩이 얹혀 있고 수천수만 가지 질문 던져보지만 깨침은 근처에도 못 가고 왕왕거리는 참벌 소리에 하늘만 쳐다본다
처마 끝 풍경소리 딴청부리고 곤줄박이 자진모리로 울어대는 다저녁의 절집 흰빛은 운흥雲興의 소리다 난분분 떨어지는 꽃잎에 눈코입 다 뭉개진 부처의 얼굴, 가던 길 멈추고 선문답 질문을 어루만진다
*운흥이백문 병사이천답(雲興二百問 甁瀉二千答),『화엄경』의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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