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조지아주에서 한국계 유권자들의 표심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남부 선벨트 중 한 곳인 조지아주에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경제 문제로 인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한국계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지 줄어
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한국계 유권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전보다 지지율이 줄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 이슈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한국계의 민심 이탈로 조지아주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1만2천표 정도의 격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2020년 이후 모든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지만, 물가상승을 주로 견인했던 주택 비용은 선벨트의 공화당 지지 성향의 지역과 경합주에서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역들이 대선 이후에 높은 물가상승을 겪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당시 대선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 및 인종차별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으며 한국계도 다른 아시아계처럼 바이든 후보를 더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로 부르면서 사실상 아시아 혐오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 크게 증가
조지아주의 경우 1890년대 후반부터 한국계의 유입이 본격화됐으며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조지아주의 한국계 미국인 인구가 두 배가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조지아주 내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애틀랜타 인근 귀넷 카운티의 경우 한국계 유입과 맞물려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
그러나 현재는 인플레이션 문제 등 경제 문제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한국계 유권자의 지지가 약화한 상태다.
한국계 미국 유권자의 이런 표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권자 단체인 'APIA 보트(vote)'의 7월 조사를 보면 한국계 유권자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2020년 51%에 올해 38%로 낮아졌다.
'APIA 보트'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35%를 기록, 4~5월 27%에 비해 8%포인트가 높아졌다.
한국계 유권자의 경우 민주당 및 공화당과 연결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에 따라 단일 이슈에 따라 투표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는 불리한 요소다.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종원 씨는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당으로부터도 정보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무당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어의 '빵과 버터'(일상적으로 중요한 문제) 표현을 빌려 "문제는 어느 정당도 이른바 쌀과 국수 이슈인 아시아계만의 이슈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문자 그대로 쌀값이 오르고 있으며 수년 전에는 흔했던 5.99달러 점심 메뉴가 이제는 없다"고 말했다.
양당은 결이 다른 물가 상승 억제책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민 단속과 관세 인상이 물가를 낮추고 주택 공급을 늘려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리스 캠프는 생활비를 경감시키기 위해 신규 주택 구매자에게 2만5천달러(약 3천400만원) 지급, 새 자녀 세액 공제 도입, 가격 인상 금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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