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랩을 하니 너무 행복해 암도 할머니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평균연령 85세의 8인조 경북 칠곡 할매래퍼그룹 수니와칠공주 맴버인 서무석(87) 할머니가 올 1월 혈액암 3기 판정을 받고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지만 서 할머니는 랩하는 게 너무 행복해 암 투병을 공개하지 않고 9개월 동안 래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되는 등 지금은 위중한 상태다.
서 할머니는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는 걱정으로 가족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서 할머니는 점점 암이 전이되는 상황에서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경로당에서 연습에 매진하는 등 마지막 남은 열정을 새까맣게 불태워가며 무대에 섰다.
암 선고 판정을 받고도 각종 방송과 정부 정책 영상은 물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거나,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도 활동을 이어왔다.
또 지난 4일에는 한글 주간을 맞아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상징인 광화문광장에서 열정 가득한 공연을 펼치며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가족들은 어머님의 건강이 걱정돼 래퍼 활동을 만류했으나, 아이처럼 기뻐하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며 가슴앓이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65)씨는 "랩을 하시면서 웃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며 "지난 주말 몸져 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랩을 하는 할머니들과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암 투병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님은 이 땅에서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일 년을 보내시고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면서 "어머님이 랩을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칠곡군과 랩 지도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서 할머니의 암 투병 및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아픔을 나누고 싶어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니와칠공주와 각별한 인연은 이어온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 소식을 듣고 할머니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위문품을 보내며 "다시 만나서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서 할머니와 편지를 교환하며 우정을 쌓아왔던 원조할매래퍼 배우 김영옥씨는 "만나서 랩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면 안 된다"면서 "저의 팬이니 부탁을 들어주셔야 한다.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그토록 좋아하는 랩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병원을 찾아 쾌유를 기원한 김재욱 칠곡군수는 "서무석 어르신은 행복 바이러스로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열정까지 불살라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셨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구성원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평균 연령 85세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래퍼그룹으로 주요 외신까지 주목하며 대기업 광고와 정책홍보에도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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