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혼인관계가 아닌 모델 문가비와 배우 정우성 슬하에 태어난 자녀와 관련해 '비혼 출산'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비혼 출산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등록동거혼 제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 구비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해당 논란이 이어지다 마침 전날인 29일 정우성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무대에 올라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다"며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직후 나온, 정치인의 관련 제도 입법 예고 발언이라 눈길이 향한다.
이 논란과 관련해 최근 각계 전문가들이 저마다 생각을 밝혀 시선이 쏠렸는데, 이들과 차별화 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로도 읽힌다.
나경원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이번 정부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30일) 오전 8시 48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요즘 모 배우의 비혼 출산으로 온통 논란이 뜨겁다"면서 "이 이슈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아이의 출생에 대한 관심도 이어진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6년 국회 저출산특위 위원장 시절,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프랑스 측 전문가는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의 주요원인으로 서슴지 않고 '등록동거혼'을 꼽았다"고 프랑스의 등록동거혼 제도를 소개했다.
나경원 의원은 "프랑스는 1999년 등록동거혼(PACS)을 도입했다. 이혼 절차를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이들에게 혼인 barrier(배리어, 장벽)를 낮추어 주는 것이다. 등록동거혼은 계약, 법률혼은 혼인이다. 따라서 전자는 계약해지로 종료하고, 후자는 이혼으로 종료한다. 전자는 위자료나 재산분할이 없고, 후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이 주요 이슈이다. 다만 등록동거혼도 법률혼과 똑같은 가족수당, 실업수당은 물론 각종 세제혜택이 있다"고 프랑스 등록동거혼의 나름 오래된 역사와 법률혼과의 차이 등 디테일을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등록동거혼의 70퍼센트는 법률혼으로 이행하고, 30퍼센트 정도가 해지한다"며 "우리 젊은이들의 경우 혼인은 어떨까?"라고 대한민국의 현재로 카메라를 돌렸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나라 혼인 제도와 저출산의 연결고리를 지목했다. 그는 "일단 혼인이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사고가 상당히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혼 절차 및 이혼 후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결국 혼인의 장벽이 상당히 높게 존재하고, 이것은 만혼, 비혼으로 이어져 초산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36~40세 초산 산모 숫자가 26~30세 초산 산모 숫자를 초과해 둘째 아이 출산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요사이 동거 후 혼인신고를 하는 트렌드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혼인을 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4년 30퍼센트에서 작년(2023년)에는 43퍼센트로 높아졌고, 2023년 전체출생아의 4.7퍼센트가 법률혼이 아닌 상태에서 태어났다"고 통계 자료를 제시, "그렇다면 이제는 저출산을 극복하는 제도로서 뿐 아니라 비혼 출산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등록동거혼제도를 인정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프랑스와는 달리 동성의 경우는 등록동거혼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국적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은 "혹자는 사실혼을 우리 판례상 인정하므로 등록동거혼 인정의 실익이 없다고 한다"고 반대 주장도 전했다.
그러나 바로 "아니다. 사실혼은 우리 판례상 혼인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이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의원은 또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아시아권에서 최대의 이혼율을 가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이혼율이 실질적으로 등록동거혼의 해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라고도 했다.
그는 다시 8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2016년 등록동거혼 이야기를 내가 조심스레 꺼냈을 때, 영남 출신의 고령 의원께서 정치를 계속하지 않으려면 주장하라고 완곡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떠올리면서 "이제는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다. 혼인 barrier를 낮추고, 출산아의 보호를 위해 등록동거혼을 도입할 때다. 곧 법률안을 준비해 제출하겠다"고 이날 쓴 글이 향후 정치 행보로 이어질 것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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