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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강민구] 홰나무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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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우리는 최근 오래전에는 익숙했으나 망각하고 있던 법률 용어를 재학습하게 되었다. 그것은 대한민국헌법 제77조의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계엄 조문이다.

국회에 투입되었던 계엄군은 임무를 적극 수행하려 들지 않았기에 다행히도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계엄령 해제 이후에 관련 지휘관들은 '항명(抗命)인 줄 알고도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항명'은 군형법(제44조)이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당시 계엄군이 부여받은 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일단 항명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은 '그 명령이 정당한가?'라는 문제다.

이것은 결코 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직종에서 이러저러한 명령과 지시를 받고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대다수 국민은 작금의 사태를 보고 부당한 명령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홰나무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다'라는 의미의 '촉괴이사(觸槐而死)'라는 말이 있다. 기원전 607년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영공(靈公)은 사치(奢侈)하고 포악(暴惡)한 임금이었다. 그는 세금을 많이 거두어 궁중의 담에 조각을 하였고, 누대(樓臺)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탄환(彈丸)을 쏘아 사람들이 탄환을 피하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또 요리사가 곰 발바닥을 삶다가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다고 그를 죽여서 시체를 삼태기에 담아 궁녀에게 내다 버리게 하였다.

때마침 충신 조돈(趙盾)과 사회(士會)가 삼태기에서 삐져나온 시체의 손을 발견하고 궁녀에게 연유를 물은 후 영공의 무도한 짓을 중지시켜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이에 이 두 사람이 간언(諫言)하려고 하였는데, 사회가 "우리가 함께 간언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뒤를 이을 사람이 없다. 내가 먼저 간언하려 하니,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거든, 그대가 내 뒤를 이으라"라고 했다. 사회가 간언하자, 영공이 "나는 내 잘못을 잘 알고 있소. 앞으로 고치겠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영공이 행실을 고치지 않자 조돈이 계속해서 간언하였다. 이를 성가시게 생각한 영공은 자객 서예(鉏麑)에게 조돈을 죽이라고 명하였다. 이에 서예가 조돈을 암살하려고 새벽에 그의 집에 가 보니, 대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관복을 차려입고 입궐하려던 조돈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앉은 채 졸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서예는 갈등(葛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예는 '이 사람은 공경을 잊지 않고 있으니, 백성의 주인이다. 백성의 주인을 죽이는 것은 불충한 일이고, 임금의 명령을 저버리는 것은 신의(信義)롭지 못한 일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여기에서 하나는 남게 될 터이니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였다. 마침내 서예는 뜰의 홰나무에 머리를 부딪쳐 자살하고 말았다.

명령을 내리는 자는 명령을 받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명령을 수행하다가 그것이 부당한 줄 인지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처절한 고민과 갈등을 알아야만 한다. 계엄령 선포 당시 투입되었던 군인들이 고통과 괴로움을 호소하며 자신들은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자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대게 하는 부당한 명령을 내려 우리의 젊은이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 '계엄'이나 '항명'과 같은 법률적 지식을 국민 상식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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