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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과는 없다"…청송 농민들의 절망 속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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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번기 앞두고 산불 맞아 피해 유독 커
"복구에만 7, 8년…당분간 청송사과 보기 어려울 것"…산불 피해농가 한숨

30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후평2리의 한 산불피해를 입은 사과농가 모습. 남정운 기자
30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후평2리의 한 산불피해를 입은 사과농가 모습. 남정운 기자

경북 북동부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청송 지역 농가에는 깊은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송의 대표 작물인 사과가 농번기를 앞두고 산불 피해를 입으면서, 단순한 재산 손실을 넘어 지역 산업 전체가 장기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과 농가들은 "정상적인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최소 7~8년은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청송 사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송군 진보면 후평2리는 주민 대다수가 사과 농사를 짓는 곳이다. 올해로 귀농 6년 차를 맞은 전승욱(63) 씨는 지난해 말 9천900㎡(약 3천 평) 규모의 과수원을 인수해 첫 사과 농사를 준비하던 중 이번 산불을 맞았다.

전 씨는 "사과나무 1천 그루 중 대부분이 불에 타 올해 농사는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몇 년간 착실히 준비했던 농사가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나 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송은 전국 최대의 사과 주산지다. 청송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만 4천500곳이 넘고, 지난해 기준 생산량은 약 8천t으로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농민들은 이번 산불의 '시기'를 특히 뼈아프게 여긴다. 산불이 청송을 덮친 지난 25일은 사과 농가들이 본격적으로 1년 농사 준비에 돌입하는 시기였다. 대부분의 농가는 동계방제약과 화상병 예방 약제, 각종 농기계 등을 준비해둔 상태였고, 이들 대부분이 산불에 그대로 노출됐다.

가연성 약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화재 피해는 더욱 커졌다. 농기계 피해도 상당해 농사를 재개하려면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청송 사과농가들은 사과나무 대부분을 새로 심어야 할 형편이다. 불길을 피한 나무조차도 재와 연기에 장기간 노출돼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운 상황이다.

과실이 맺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과나무가 첫 열매를 맺기까지는 최소 4년, 정상적인 수확량인 나무당 30㎏ 이상이 나오기까지는 7~8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사과 농사를 접는 게 낫겠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청송군 파천면 병부리에서 50년 넘게 사과를 재배해온 최동순(70) 씨는 "사과나무는 연기를 흡수하면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며 "불에 탄 나무는 물론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연기 피해를 입은 나무는 거의 다 베어내야 한다. 이 정도면 한동안 청송사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후평2리에서 사과밭 옆에 쌓아 둔 비료포대가 불타고 있다. 박상구 기자
30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후평2리에서 사과밭 옆에 쌓아 둔 비료포대가 불타고 있다. 박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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