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애용한 토즈(TOD'S)

여성용 고미노 슈즈
여성용 고미노 슈즈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최고의 신발은 그 길 위에서도 가장 나다움과 우아함을 잃지 않게 해 준다. 신발의 가치와 장인정신으로 시작된 '토즈'는 권위보다 편안함을, 과시보다 품격을 나타내는 브랜드로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혁신적인 협업과 변화를 통해 럭셔리 시장에서의 독보적 위치를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시작된 '토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토즈(Tod's)는 1920년대 초,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 지방의 작은 마을인 카세테 데테에서 토즈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창립자 필리포 델라 발레(Filippo Della Valle)는 가죽의 선별부터 재단과 재봉, 마감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수작업과 세밀한 장인정신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안드레아 델라 발레, 도리노 델라 발레, 디에고 델라 발레
왼쪽부터 안드레아 델라 발레, 도리노 델라 발레, 디에고 델라 발레

창립자 필리포의 아들 도리고 델라 발레는 아버지의 슈즈 공방을 숙련된 장인들과 협력하여 소규모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이후 이탈리아의 주요 기업과 디자이너들을 위한 여성 슈즈를 생산하는 전문 제조업체로 발전시켰다. 그는 마르케 지역 산텔피디오에 이탈리아 최초의 장인 기반 신발 기업을 설립하며, 토즈의 초석을 다졌다.

이 가업은 창업자의 손자인 디에고 델라 발레에 의해 3대를 걸쳐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디에고 델라 발레는 1970년대에 사업을 이어받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용 신발 생산을 통해 사업을 확장, 토즈 브랜드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더 쉽게 기억될 수 있도록 브랜드 이름을 '토즈(Tod's)'로 변경했다.

토즈 그룹의 회장 디에고 델라 발레와 고미노 드라이빙 슈즈
토즈 그룹의 회장 디에고 델라 발레와 고미노 드라이빙 슈즈
토즈 로고
토즈 로고

◆브랜드 확장과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토즈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1986년, 스포츠 캐주얼슈즈 브랜드 '호간(Hogan)'을 론칭, 이어서 1989년에는 캐주얼 아우터웨어 브랜드 '페이(Fay)'를 추가하며 다양한 고객층과 럭셔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1995년 프랑스의 명품 슈즈 브랜드 '로저 비비에(Roger Vivier)'를 인수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고 이를 통해 토즈는 전 세계 패션피플과 셀럽들에게 주목받는 최고급 명품 시장에서도 입지를 공고히 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고미노 슈즈의 수작업
고미노 슈즈의 수작업

◆ 토즈의 아이코닉 제품들

▷고미노(Gommino) 드라이빙 슈즈의 탄생

토즈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고미노(Gommino)' 드라이빙 슈즈다. 1979년 처음 출시된 이 슈즈는 운전자의 편안함과 스타일을 모두 충족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가장 큰 특징은 밑창에 133개의 고무 돌기가 부착된 것이다. 이는 운전 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발의 피로를 덜어주도록 설계된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하나의 고미노 슈즈를 완성하기까지는 약 100여 개의 공정과 수십 명의 장인의 손길로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 현지에서 생산되어 토즈 브랜드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의 진정한 상징으로 여긴다. 고미노 슈즈는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캐주얼 스타일을 추구하는 글로벌 고객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는 토즈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토즈를 사랑했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토즈를 사랑했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디 백(Di Bag)의 등장과 유명세

1980년대 초반 토즈는 또 다른 대표 상품인 '디 백(Di Bag)'을 선보였다. 디 백은 영국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애용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으며 이 가방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우수한 가죽 품질로 브랜드의 명성을 한 단계 더 높였으며 토즈가 슈즈뿐 아니라 가죽, 액세서리 분야에서도 명성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T 타임리스 쇼퍼 백 미니
T 타임리스 쇼퍼 백 미니

▷T 타임리스 컬렉션

T 타임리스 컬렉션은 토즈의 시그니처 로고인 "T" 심볼을 중심으로 고급 가죽과 메탈 소재를 활용하여 제작되며, 슈즈, 가방 및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급스럽고 캐주얼한 느낌의 스니커즈와 메탈릭 한 "T" 로고 장식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로퍼 디자인은 포멀 한 자리부터 일상적인 스타일링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하며 세련된 디테일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토즈는 디자인적으로 과도한 장식이나 로고 사용을 지양하고, 소재와 마감에서 차별화를 꾀하며 제품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선별하는 부분이 가죽의 선택과 손질이다. 토즈의 가죽은 전 세계에서 최상의 송아지 가죽과 스웨이드를 엄선하여, 이를 자체적인 무두질 공정과 염색 기술로 마무리한다. 그 결과 토즈의 제품은 부드럽지만 견고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멋스러워지는 텍스처를 자랑한다.

2025 2026 가을 겨울 여성 컬렉션
2025 2026 가을 겨울 여성 컬렉션

◆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즈는 여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손을 거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발전시켜 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활동한 월터 치아포니의 뒤를 이어 2023년 12월, 토즈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테오 탐부리니(Matteo Tamburini)를 남성복 및 여성복 컬렉션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탐부리니의 토즈 컬렉션은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하여, 절제된 우아함과 고급스러운 미니멀리즘을 선보이며 소재와 구조에 집중한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인정신과 혁신의 공존

▷토즈 팩토리(Tod's Factory) 프로젝트 (2012년~현재)

토즈는 전통 기술과 현대적 혁신을 융합하기 위해 2012년 '토즈 팩토리(Tod's Factor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토즈의 전통적인 감성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창의적 실험이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이자 여성복 브랜드 N°21의 창립자인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를 시작으로 알버 엘바즈, 쿠로구치 마메, 헨더스킴,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등 각자의 비전으로 브랜드를 해석하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토즈 브랜드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대적인 감각과 실험 정신을 발휘하여 외부 감각의 교류를 통한 토즈 정체성을 확장해 가고 있다.

람보르기니 협업
람보르기니 협업

◆토즈 × 람보르기니와의 협업

이탈리아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와는 2024년 두 번의 협업에 이어 2025년, 세 번째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두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혁신적인 디자인 철학이 결합된 결과물로, 새로운 로퍼와 스니커즈를 출시했다. 이번 컬렉션의 로퍼는 토즈의 시그니처인 고미노(Gommino) 드라이빙 슈즈를 기반으로 슈즈의 측면에는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요소가 반영된 튜브형 밴드 장식이 적용됐으며 힐 부분에는 람보르기니의 상징인 황소 로고가 장식되었다.

스니커즈는 부드러운 가죽 소재와 람보르기니의 로고가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러운 색상 조합과 대비되는 가죽 디테일이 돋보인다. 사용된 가죽은 세계 최고의 무두질 공방에서 공급받은 소재로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섬세한 디테일과 완성도를 나타낸다. 향후 가죽 제품 및 의류 컬렉션으로 확장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두 브랜드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토즈 앰버서더 조이
토즈 앰버서더 조이

◆글로벌 앰버서더

토즈는 글로벌 앰버서더와 셀럽들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다양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부터 토즈의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샤오잔과의 협업은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서 토즈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는 토즈의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한국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했으며 NCT의 멤버 정우는 토즈의 첫 한국 남성 앰버서더로 선정돼 토즈의 이탈리아 본사를 방문,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혁신을 직접 체험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날 토즈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혁신을 결합한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토즈는 앞으로도 이탈리아 전통의 장인정신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며 명품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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