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환경 급식·해양레저산업…협치 내세운 '김문수식 리더십' 재조명

'밀고 당기기'는 있어도 충돌은 없었다…협치의 본보기로 재조명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정치권이 대립과 혼란으로 흔들릴 때마다, 과거 경기도정을 이끌던 김문수 전 지사의 행정 철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협치'라는 단어가 수사(修辭)에 머무는 시대, 김문수는 말보다 결과로 보여줬던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강조해온 행정철학은 단순한 조율이 아닌, '실용적 타협'에 기반을 둔 협치였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성정에 원칙을 고수하되, 민심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균형 감각으로 행정의 묘를 살렸다는 평가다.

그 진가가 드러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다. 김문수가 도지사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도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전형적인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한나라당이 확보한 의석은 42석에 불과했고, 민주당은 76석이라는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많은 이들이 갈등과 파행을 우려했고, 실제 서울시의 오세훈 당시 시장은 유사한 상황 속에서 무상급식 논쟁을 거치며 주민투표를 제안했다가 결국 투표율 미달로 정책 실현에 실패했고,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김문수는 달랐다.

민주당이 전면 무상급식을 강하게 요구했을 때도 그는 '정면충돌'이 아닌 '현실적 접근'을 택했다. 당시 민주당은 780억 원에 달하는 예산 증액을 주장했지만, 김문수는 원안을 고수하는 대신, 도교육청의 급식 예산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친환경 급식'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접점을 찾아갔다.

핵심은 '한강 상류 농민들의 고통 분담'에 있었다. 경기도와 서울 시민들이 음용하는 상수원의 수질 보호를 위해, 해당 지역 농민들은 농약이나 비료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었다. 그로 인해 농산물 생산량은 줄고, 수익은 감소하고 있었다.

김문수는 이런 농민들의 현실을 직접 들여다보고, 박수영 당시 부지사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이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싼 농산물이었지만, 환경과 지역경제, 학생들의 건강까지 고려한 종합적 해법이었다. 민주당도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친환경 급식'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인 무상급식을 진행하게 됐다. 의회와의 힘겨루기 없이, 갈등 대신 협의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처럼 김문수는 원칙만을 외치며 맞서기보다, 제도의 틈과 현실의 모순 속에서 유연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타협이 굴복이 아니라, 또 하나의 창조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문수의 경기도는 여소야대라는 구조 속에서도 파행 없는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갔고, 도민 체감도 높은 행정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협상을 단순한 수치 조정으로 보지 않았다. 급식 문제에 농민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와 환경문제까지 포괄하는 방식은 행정의 외연을 확장하는 사례로도 꼽혔다.

단일 이슈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수렴하는 능력은 협치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김문수는 도의회의 협조를 얻어 해양레저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당시 경기도가 주최한 국제 보트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였지만, 도의회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추진됐고, 새로운 지역 산업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예산 확보와 실행 사이의 간극을 협치로 메운 대표 사례였다.

정치를 '싸움의 기술'로 이해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한국 정치에서, 김문수는 대결보다 조율을, 승자독식보다 상생을 우선시해왔다.

협치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그가 보여준 행정은 타협의 미학이 아닌, 현실을 통찰한 행정의 예술이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찾아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저히 원칙적이면서도 타인을 설득할 줄 알고, 필요한 경우 한 발 물러날 줄도 아는 그 특유의 균형 감각은 김문수라는 정치인을 단순한 '보수의 인물'이 아닌, 대한민국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김문수의 경험과 철학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비전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정책이 철학이 되는 순간, 그리고 협치가 가능성에서 현실이 되는 순간을 김문수는 이미 경기도에서 증명했다.

단순히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갈등의 정치를 품격 있게 조정해낼 수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그가 내세운 '협치'는 말잔치가 아닌 실천의 결과였고, 수많은 사례는 그 주장에 신뢰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 시절 도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행정의 기억은, 오늘날 복잡한 정치 지형에서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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