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구의원 국외 연수비 부풀림 논란 "이유 있었네"

전 구의원이 여행사 차리고, 의원 친구 업체 선정하고
여비 의원에 개별 지급…제도 개선 해야

대구북구의회 전경. 대구북구의회
대구북구의회 전경. 대구북구의회

2018년 지방선거 전까지 대구 서구의원이었던 인사가 낙선 직후 기초의회 국외출장 전문 여행사를 차린 뒤 주관한 출장이 항공운임 과다청구,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동구의회 여행사도 대표가 현역 동구의원과 초등학교 동창 관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초의회의 여행사 선정 방식이 위법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상한 여행사 선정"

대구 북구의회 소속 의원 17명은 지난 2023년 4월 8박 10일 일정으로 동유럽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출장을 주관한 여행사 대표는 제7대 서구의원을 지낸 A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본지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A씨는 지난 2019년 4월 25일 해당 업체 법인을 등기했다. A씨가 낙선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구경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의뢰를 받고 지난 20일 북구의회와 A씨 업체를 항공운임 과다청구,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경찰과 권익위는 A씨의 업체가 북구의회에 항공료를 부풀려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최근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항공료 관련 비용을 올려 받은 건 맞지만 실무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경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북구의회 측은 "당시 이메일을 통해 여러 업체의 제안서를 받고, 그 중 업체를 골라 수의계약을 하는 등 사실상 입찰형식을 취했다"며 "해당 업체의 대표가 서구의원 출신이라는 것도 계약 체결 이후 알게 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동구의회 경우 지난해 일본 국외출장 당시 한 현역의원과 여행사 대표가 초등학교 동창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구의회도 선정 이후에야 동구의원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여행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여비, 의원에 개별 지급"…제도 개선 목소리

북구의회와 동구의회 등에 따르면 기초의회는 출장 의원들의 추천으로 후보군을 추린 뒤 여행사를 선정한다. 이후 의회 측은 여행사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의원 개인에게 별도로 여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행사 선정 방식이 항공료 부풀리기와 같은 위법 여지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선정 과정에 대한 투명한 기준이 없으면, 혈연·지연·학연 등 인맥으로 얽힌 일감몰아 주기나 각종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외출장 여행사 선정 과정을 공개하고 감시 역할을 맡는 출장심사위원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회와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전문가로 심사위원단을 꾸리고, 무작위 추첨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며 "국외 출장을 다녀온 뒤에도 사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 결산심사를 통해 국민 혈세가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경실련은 29일 성명을 내고 제9대 동구의회 의원들은 더 이상 국외출장을 가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동구의회 일본연수 항공료 부풀리기가 동구청과 동구의회의 유착관계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며 주민이 참여하는 해외연수 점검체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