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다 보면 기회는 온다. 프로야구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가 헐거워진 마운드로 고민 중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며 견뎌야 할 판. 실망감을 안겨준 삼성 베테랑 불펜들에게도 다시 빛날 기회가 될 수 있다.
격세지감이다. 이들이 등판하면 마냥 든든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빛바랜 사진이 됐다. 이젠 이들이 나서면 한숨 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리그를 주름 잡던 오승환(42), 임창민(39), 김재윤(34)이 그들. 올 시즌 이들은 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2023시즌 후 삼성은 불펜 강화 작업에 나섰다. 자유계약 선수(FA) 시장에서 임창민과 김재윤을 잡았다. 임창민은 키움 히어로즈, 김재윤은 KT 위즈에서 마무리를 맡은 바 있는 불펜 자원들. 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오승환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영입이었다.

2024시즌 이들은 함께 삼성의 뒷문을 단속했다. 임창민, 김재윤이 7, 8회를 정리하면 오승환이 9회를 마무리했다. 시즌 도중 오승환의 구위가 떨어지자 김재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시즌 후반 다들 흔들리긴 했으나 삼성이 2위를 차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올 시즌 다들 흔들리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난조를 보인 오승환은 뒤늦게 1군에 합류했으나 위력적인 모습이 아니다.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임창민은 최근 복귀했다가 이내 다시 2군으로 갔다. 김재윤은 불안한 투구를 거듭,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왔다.
11일 경기 전까지 오승환은 2경기에 나섰다. 1이닝을 소화하며 안타 4개(1홈런)를 맞고 2실점했다. 임창민은 13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김재윤은 29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2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6.67에 그쳤다.

다들 힘이 떨어졌다. 특히 오승환과 김재윤이 더하다. 임창민이 제구를 앞세운다면 이들 둘은 구위로 상대를 압박하는 유형이었다. 제구가 잘 안되더라도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진 모양새다.
세월을 거스를 순 없다. 다만 노력과 변화로 노화, 즉 기량이 저하되는 걸 조금이라도 늦출 순 있다. SSG 랜더스의 불펜 필승조 노경은(41)이 그렇다. 간결한 투구 자세, 다양한 변화구로 살아남았다. 이번 시즌 성적은 2세이브 12홀드(2패), 평균자책점 1.46이다.
현재 백정현(37)이 빠진 상태. 불펜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던 베테랑이다. 여기다 데니 레예스의 부상과 원태인의 휴식으로 선발 두 자리가 비면서 불펜의 부담이 커졌다. 이럴 때 '임김오'로도 불리는 베테랑들이 힘을 보태줘야 한다. 이미 보직은 가릴 처지가 아니다.

박진만 감독도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쏟아부어야 할 상황이다. 이들에게도 던질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오승환, 김재윤 모두 구속이 시속 140㎞ 중반까지 올라온 건 다행이다. 여기서 잘 해야 팀과 자신 모두 살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자신을 믿고 던지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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