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과 그 사이를 흘러가는 신비로운 은하수.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풍경이다.
은하수는 지구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우리 은하의 모습이다. 다양한 색깔을 띤 점들이 밝은 띠를 이루는데, 기다란 아치 형태를 하고 있다. 우리 은하가 평평한 원반 형태이고, 태양계 또한 이 원반에 속해 있어 이렇게 보인다.
국내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계절은 여름이다. 1년 중 은하수가 가장 높이 떠오르고, 가장 밝은 은하의 중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곳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시의 불빛은 하늘의 별빛을 삼켜버린다. 이런 이유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은하수를 동요 속에서만 접할 수 있게 됐다.
은하수를 보려면 도시를 벗어나 '빛 공해'가 없는 어둡고 높은 지대를 찾아야 한다. 국내에선 강원도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곳이 많다.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은하수 명당이다. 강릉 안반데기도 전국에서 은하수를 보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대구 근교에서는 경북 영천 보현산천문대와 경남 합천 황매산이 유명하다. 보현산천문대는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별 관찰 명소다. 연구시설 아래 주차장에서도 드넓은 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도시가 없는 곳에 우뚝 솟은 황매산은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는 밤이면 와르르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만날 수 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생태공원도 은하수를 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이곳 일대 390만㎡를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국제밤하늘공원은 국제밤하늘협회가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가진 지역을 선정해 지정하는데 밤하늘 품질에 따라 골드, 실버, 브론즈 등 3등급으로 나뉜다. 이곳 등급은 실버로, 빛 공해가 심하지 않아 육안으로 은하수나 유성 등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보현산천문대서 첫 은하수 촬영 도전
지난달 30일 오후 '별' 볼일이 없는 도시를 떠나 보현산천문대로 향했다. 본격적인 은하수 시즌을 앞두고 은하수 촬영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전영범 보현산천문대 책임연구원이 촬영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동안 별 사진은 여러 번 찍어봤지만 은하수 사진은 한 번도 촬영해보지 않았다.
사실 보현산천문대가 은하수 명당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나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시의 빛 공해가 없더라도 달이 밝으면 은하수를 볼 수 없다. 음력으로 그믐 4~5일 전후에 달이 진 뒤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천문대를 찾은 30일은 음력 5월 4일, 월몰 시간은 오후 11시 20분이었다.
오후 9시쯤부터 일찌감치 촬영준비를 하고 은하수를 기다렸다. 전영범 책임연구원에게 물었다. "은하수를 쉽게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 책임연구원은 "밤하늘에서 은하수를 찾으려면 전갈자리에서 붉은 색으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 안타레스를 찾으면 된다"며 "그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는 직녀성(베가)과 견우성(알타이르)이 있는데, 은하수는 이들 두 별 사이에서 안타레스 아래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10시가 넘도록 은하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막 한 가지 조건이 채워지지 않은 탓이다. 그 조건은 맑은 하늘이다.
음력 4월 그믐날인 지난달 26일과 가까운 날에 촬영 일을 잡지 못한 것도 계속 이어진 흐린 날씨 때문이었다. 보름 전부터 날씨예보 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30일 오후 10시부터 31일 오후 2시까지 구름이 없을 것으로 예상돼 정한 촬영 일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엔 옅은 구름이 깔렸고,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자정이 되도록 뿌연 하늘만 바라보다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의성 달빛공원 수놓은 은하수
은하수 촬영은 '그믐 전후'라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다음날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의성 달빛공원을 대상지로 선택하고 31일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31일엔 옅은 구름이 깔리고 다음날인 1일 오전 3시부터 1, 2시간 정도 하늘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31일 오후 일찌감치 촬영장비를 챙겨 의성으로 향했다. 전날 허탕을 친 탓에 숙소에서 30분 간격으로 구름의 변화를 확인했다. 오후 9시쯤 구름이 걷힐 것 같다는 생각에 달빛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부리나케 촬영 장비를 세팅했다.
은하수 촬영은 카메라와 밝은 렌즈, 그리고 카메라를 흔들리지 않게 지탱할 삼각대는 필수다. 휴대폰으로도 촬영할 수 있지만, 프로모드를 활용하거나 수동 촬영이 가능한 앱을 따로 설치해야 한다.
장비를 설치한 뒤 포커스링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수동으로 초점을 맞췄다. 조리개는 최대한 개방했다. ISO 값은 3,200으로, 화이트밸런스는 3,700으로 맞췄다. 마지막으로 셔터 속도를 테스트하며 촬영 준비를 마쳤다.
하늘의 구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날 실패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또다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기다리자.'
오후 11시가 지나자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별이 총총 빛나기 시작했다.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은하수다, 은하수!" 고개를 들자 거짓말처럼 머리 위로 옅은 은하수가 떠 있었다. 구름이 걷힐수록 별과 은하수는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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