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레이스인 프로야구에선 선발투수를 대체할 자원이 필수다. 삼성 라이온즈도 마찬가지. 양창섭(25)과 황동재(23)가 그런 자원이다. 이들이 선발로 나설 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삼성은 천군만마를 얻게 된다.
프로야구는 '투수 놀음', 특히 '선발 놀음'이라고도 불린다. 선발투수가 6~7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져주면 승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타격은 투구에 비해 부침 폭이 크다.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려면 5인 선발 로테이션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프로야구 한 시즌은 약 6개월.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투수마다 부상, 부진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긴다. 다들 선발투수감을 찾지만 구미에 맞는 투수는 적다. 고교, 대학에서와 달리 프로 무대에서 빛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선발투수감인 경우가 대부분. 중요성만큼 수요도 많다. 삼성의 선택도 그랬다. 덕수고 출신 양창섭을 2018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경북고 에이스였던 황동재를 2020 드래프트 1차에서 지명했다.
둘은 닮았다. 초고교급으로 꼽히던 오른손 유망주들이었다. 그 덕분에 둘 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상위 지명을 받았다. 입단 후 부상, 수술과 재활, 부진 등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매 시즌 초 5선발 후보감으로 꼽혀온 것도 공통점이다.
특히 양창섭은 '아픈 손가락'. 신인 시절인 2018시즌 7승을 거두며 빛을 발했기에 이후 행보에 아쉬움이 더 컸다. 이듬해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1, 2군을 오르내렸다. 어깨 등 부상도 따라다녔다. 군 복무 후 복귀했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둘은 불펜에 머물며 임시 선발로 나섰다. 그 사이 후배가 5선발 자리를 꿰찼다. 2021 1차 지명자인 이승현(23)이 지난 시즌 6승을 거두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시즌 보직도 다르지 않은 상황. 그래도 이들은 실망하지 않고 차분하게 몸을 만들어왔다.
양창섭이 먼저 기지개를 켰다. 11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임시 선발로 나서 역투했다. 5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1㎞를 찍었다.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잘 섞어 KIA의 공세를 막아냈다.
741일 만의 선발 등판. 경기에 앞서 박진만 감독은 5회까지만 버텨주길 바랐다. 양창섭은 그 기대에 제대로 답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감을 잡은 모습. 구위가 괜찮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제구와 완급 조절에 좀 더 신경 쓴다면 또 선발로 세울 만하다.

이번 주 삼성은 선발투수진에 두 자리가 비었다. 원태인(휴식), 데이 레예스(발등 부상)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태. 대체 선발 카드 하나는 썼다. 승리를 챙기진 못했으나 양창섭이 가능성을 보였다. 남은 한 자리는 황동재가 채울 전망이다.
삼성은 레예스를 대체할 외국인 투수를 찾는 중이다. 그 사이 황동재와 양창섭이 선발투수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황동재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구위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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