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 미주리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 스피릿 폭격기들이 37시간을 날아 이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후 복귀했다. 스텔스 침투, 정밀 타격, 무사 복귀. 이 작전의 성공 뒤에는 기술의 정점과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 비행이 있었다.
'미드나잇 해머(Operation Midnight Hammer)'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작전은 군사적 성과 이상을 남겼다. 비행익(동체와 꼬리 날개 없이 날개만으로 구성된 구조) 설계에 인간 중심 생리학까지 녹여낸 장거리 임무 수행 기술은 전장을 넘어 항공공학과 군사인문학의 경계까지 넘나든다.
◆ "2명의 조종사, 20억 달러의 기계와 37시간을 버텨라"
B-2는 조종사 2인이 탑승하는 스텔스 폭격기다. 비행 시간 37시간, 항공기의 기계적 내구성보다 조종사의 정신력과 생리적 설계가 더 큰 도전이 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기내에는 미군 항공기 중 보기 드물게 전자레인지, 냉장고, 화학식 화장실, 간이 침대까지 갖춰져 있다. 이른바 '인간 중심 설계(Human-Centered Design)'의 결정판이다. 미국 공군은 이들을 위해 수면 연구, 영양 교육, 스트레스 관리 훈련까지 별도로 운영한다.
▷고단백 간식 대신 해바라기 씨 ▷가능한 부드러운 샌드위치만 섭취 등은 B-2 조종사들 사이의 '작전식 규율'이다.
야간 공중급유는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수백 km/h로 비행 중인 폭격기에 급유기를 맞물려야 하고, 미세한 움직임 하나로 재급유 실패 혹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과정이 이란의 눈과 귀를 피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 "거의 보이지 않는 기체가 37시간 동안 공중에 있었다"
B-2는 날개 폭 52.4m의 '비행익(flying wing)' 형태다. 꼬리 날개가 없고 기체 전반에 레이더 흡수 물질(RAM)을 입혀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은 새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37시간 비행은 단순히 '스텔스'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군은 폭격기 본대 외에 기만용 B-2를 반대 방향에 띄우고, 125대 이상의 항공기와 잠수함이 연계해 무선 침묵 상태의 시차 작전을 진행했다. 스텔스가 아닌 시나리오와 시간, 전장을 '설계'한 작전이었다.
이러한 긴 비행 중에도 4~6회의 공중 급유가 성공적으로 수행됐으며, '항공기에서 30시간 넘게 기내에 갇힌 인간'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사고 없이 완주한 것 자체가 기술력 이상의 성취로 평가된다.
◆ "조종사 생리학까지 고려된 유일한 전투기"
B-2는 20억 달러(한화 약 2조7천억 원)가 넘는 제작 비용을 자랑하지만, 그것만으로는 37시간을 버틸 수 없다. 수면·소화·스트레스·인지 반응에 대한 '생리학적 설계'가 비행 안전성을 좌우했다.
퇴역 조종사 스티브 배샴은 "장거리 비행 중 각성도 유지를 위해 해바라기 씨를 씹었다"고 회고한다. 미군은 조종사들에게 작전 전 '식단 관리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하며, 임무 중 2시간 간격으로 체온·소화·수분 섭취 주기를 스스로 조절하도록 훈련시킨다.
이는 기계 중심의 전투기에서 '인간 중심'의 폭격기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대표적 사례다. '기술적 정점'보다 '인간의 회복 탄력성'이 작전 성공을 결정한 것이다.
◆ "장거리 전장은 AI보다 인간이다"
이번 작전은 B-2 스피릿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GBU-57 벙커 버스터를 탑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37시간 동안 완전한 스텔스 침투와 생환을 해낸 인간 승무원의 존재 자체가 더 큰 메시지다.
AI(인공지능) 자동화 시대에도, 공중 급유와 극한의 피로 속에서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임무가 실패하는 현실. 결국 전장을 완주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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