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눈 위에 한 사내가 드러눕는다
욕망의 그림자가 양각된다
눈으로 얼굴 성형하고 눈사람으로 누워 있다
근엄한 얼굴 이면에
고리눈이 화장한 듯 실눈을 뜨고
매부리코에 배가 불룩한 풍채 좋은 사내
욕망이 쉴 새 없이 출렁이는 사내
눈은 사내를 탁본하여 길목에 눈사람으로 세운다
사내는 내심 마을 어귀 장승처럼 서 있거나
광장의 동상처럼 앉아 있길 바라겠지만
햇빛이 눈사람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대뜸 눈사람을 단죄하듯 칼질한다
원래 얼굴로 성형하듯 눈사람을 칼질한다
부끄럽고 가리고 싶은 부위가 먼저 녹아내린다
몇 겹의 가면이 벗겨지듯 얼굴이 일그러지고
구업이 쌓인 입이 뭉개지고
철판 같은 심장도 녹아 끈적끈적 흘러내리고
발기한 남근이 중성화된다
도려내야 할 부분이 많은 눈사람이다
눈사람이 녹아내려 환골탈태한 듯이
내 안으로 쑥 들어온다
일란성쌍둥이 듯
눈사람이 도리어 나를 해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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