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이라는 말이 무섭다 산이 불로 태워질 때 화염 덩어리가 나에게로 오는 근황인가 스스로 잘 묻는다 그럴 때마다 아주 크게 자란 근황들이 귓속으로 흘러내린다
개 짖는 소리에 놀라 풀썩 나자빠진다 없는 근황들이 나타나 왈왈왈 짖는다 한번 짖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짖는다 불행하게도 내 귓속은 오직 어린 별과 차가운 숨으로 이루어진 근황뿐이다 갇힌 본능이 대문을 걸어 놓고 주위를 훑는다 그건 근황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자주 손톱을 이로 뜯곤 한다 이럴 때 나는 별을 봐야 근황을 까먹는다 그렇게 해서 우울한 밤하늘이 쏟아진다면 저 쏟아지는 별에 맞아 죽은 밤이라도 되어볼까 가당치도 않은 근황을 던져놓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누군가 주위에서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곧 내일 밤 근황의 연락이 올 것인지 커튼 부풀리는 바람소리다 잠든 베개 밑으로 모였다가 지붕 위에 올라간 밤은 캄캄하다 모든 게 창밖으로 사라진다 오타 난 시간처럼 근황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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