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시조 수상작] 나비 / 황금모

어느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들었다는 반닫이 문짝에 붙어 있던 나비 한 쌍, 그 날개가 열릴 때마다 반닫이 안에는 봄의 꽃밭인 양, 분홍 치마저고리가 앞산인 듯 진달래 만개했었다네요

나비란 봄의

경첩 아니던가요

아껴 개어둔 나비 문양 양단 마름에선

폴폴 나비가 새어나와

단칸방 문고리를 열고

치맛단 걷어

올해 첫 물살에 두 발을 담근 듯

온통 봄이 길고 길었다네요

나비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네요

다만 꽃이 휘청거려

그 꽃이 무거운가 했고

속박 없이 가벼운 날갯짓

봄바람인가 했다네요

문의 수명은 여닫는 일이듯이, 봄은 계절을 열기도 하지만 만화방창 중에 어찌 늙고 병드는 일이 빠지겠습니까

나비는 뜯어지고

봄은 군데군데 실밥이 풀리고 구멍이 나고

호시절은 그 신명이 굽어지고

큰주홍부전나비

얼핏,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듯

봄이 미닫이문을 열었다가 닫는 걸

괭이밥풀꽃이 보고 말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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