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증산초등학교가 분교장 전환 행정예고를 앞두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마을 공동체는 학교를 지키고자 70~80대 어르신들을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시켰고, 경북교육청은 학교 유지를 위한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행정 기준에 따라 분교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본지는 관련 법령과 교육정책, 유권해석을 종합해 경북교육청이 왜 분교 전환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어르신 15명, 정규 입학생 맞나? 입학은 '유효', 학생 수에는 포함 안 돼
지난해 김천 증산면 주민들은 마을 유일의 학교인 증산초가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될 위기에 놓이자 고육지책으로 70~80대 어르신 15명을 1학년으로 입학시켰다. 주민들은 입학금과 학교생활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며 교육적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경북교육청은 어르신들의 입학 자체는 무효가 아니며, 정규 입학생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입학은 학교장 고유 권한이며 입학 처리도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법적 검토 결과 "국가에 특정 학교 요구할 권리는 없어"
학령초과자 입학 논란의 핵심은 법적 자격이다. 주민들은 헌법 제31조와 교육기본법 제8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어르신들도 정규 교육의 대상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교육청이 확보한 법률 자문과 대전고등법원 판결(2011누2031)에 따르면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가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의무를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 학교에 입학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또한 초등학교 취학의무 대상은 '초·중등교육법' 제13조에 따라 만 6세부터 12세까지의 아동에 한정되며, 성인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어르신들이 교육의 권리는 보장받지만, 의무교육과 학교 행정 기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국 공통 기준… '학적은 유지, 학생 수 제외'
경북교육청은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과 보조를 맞춰 '초등학교 학적업무 매뉴얼'을 수정했다. 기존 매뉴얼에는 학령초과자 입학 관련 조항이 있었지만, 이는 학급 유지나 증설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2025년 3월 부로 삭제됐다.
현재는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및 제51조(학급수·학생수)에 따라 입학은 학교장 권한으로 가능하나, 학생 수 산정은 교육감이 지역 실정에 따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즉 입학은 되지만, 교원 배정이나 학교 유지 기준에서는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이 법적·행정적 기준이다.
◆교원 정원 감축과 예산 압박… "소규모 학교 살리기 정책은 지속… 한계는 분명"
경북교육청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 추진 교육청이다. 농산어촌 유학, 기숙형 학교, 자유학구제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벽지학교 유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원 정원이 대폭 감축되고, 지방교육재정도 감소하면서 예산과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가능한 모든 학교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교육의 질과 행정 효율성을 고려해 일부 통폐합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 김천지역에서는 지례초, 구성초, 부항분교장이 이미 통폐합 대상으로 선정됐고, 증산초도 같은 맥락에서 분교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학습권은 보장"… 평생교육 프로그램 예산 확보
경북교육청은 증산초 어르신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김천시와 협력해 1천800만원의 평생교육 강사비를 이미 확보했고, 추가로 급식비 및 차량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도교육청 차원에서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공모(예산 300만원)를 별도로 추진 중이며 분교 전환 이후에도 어르신들의 교육은 계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천 증산초의 사례는 교육과 지역 공동체, 법과 행정 현실이 충돌하는 민감한 지점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들의 노력은 분명히 의미 있지만 학교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학생 수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있다는 점에서 교육청의 입장도 무작정 배척하긴 어렵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학습권은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고자 행정적 조치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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