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일 년간 방영, 상영 또는 공연된 방송, 영화, 연극 부문의 제작진과 출연자에게 시상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예술상입니다. 시상식의 주제는 '향해, 항해'였습니다.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항해의 여정을 응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디를 향하고, 어떤 모습으로 항해하고 있을까요?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 소설의 옷을 입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

'소설, 한국을 말하다'(장강명 외 20인 지음)는 신문에 매주 연재하던 소설 21편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한국인의 마음과 삶을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또한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첨예하고 활발하게 글을 쓰는 작가로 구성되어 있어서, 필진 구성만 살펴보더라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4천자 안팎의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 관심사가 녹아 있어서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인공지능(AI), 사교육, 고물가, 오픈런, 덕질, 번아웃, 반려동물, 새벽 배송, 중독, 돈 등 내가 속해 있으나 알아차리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일면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관찰 카메라처럼 말이지요. '우린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 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읽게 됩니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라는 점도 오늘날 우리 사회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편이나 되는 짧은 소설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는 것은, 짧은 영상이 예전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는 점과 닮아 있는 듯 보입니다. 분량은 짧아도 그 내용이나 메시지는 주제를 향해 밀도 있게 전개되어 자꾸만 책장이 넘어가는 책입니다.
그중 이서수 작가의 '우리들의 방'은 거지방을 주제로 합니다. 거지방은 지출을 줄이려는 청년들이 모여 서로를 지지해주는 단체 채팅방을 일컫습니다. 타인과 연대하며 합리적 소비와 절약을 실천하는 면도 있지만, 때로는 도를 지나쳐서 거지 근성을 부추기는 곳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이 둘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롭고 마지막에 이르러 터지는 웃음 뒤에는 뭔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집니다.
이외에도 천선란 작가의 '새벽 속'은 새벽 배송을 주제로 하여, 편리함 가운데 감추어진 고된 노동과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의 소외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라는 옷을 입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합니다.
◆ SNS의 특징과 이와 연결된 철학적 사유

요즘에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보다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물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책의 형태가 디지털화 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현재 X), 카카오톡, 라인, 유튜브, 틱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가 우리의 일상에 당연한 존재로 자리 잡아, 우리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되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철학하다'(도야 히로시 지음)는 SNS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온라인의 '나'와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나'를 철학적 사유와 연결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특히 이제 SNS를 막 시작한 청소년들도 사람들이 왜 SNS에 빠져드는지 이유를 짚어보며 자신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섯 개의 각 장마다 SNS가 가지는 고유의 특징과 문제점을 철학자나 사상가의 저서와 연결해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프리드리히 헤겔, 마르틴 하이데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앙리 베르그송, 한나 아렌트, 이렇게 다섯 명입니다. 무심코 사용했던 SNS 이용에 철학적인 근거를 찾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막상 SNS를 그만두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이유로 인정 욕구를 꼽습니다. 인정 욕구는 의존, 불안, 소외를 동반합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제시한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는 '상호 인정'의 단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본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SNS에서 우리 인간이 가진 특유의 '일회성'을 부여한 것인데, 하이데거의 '시간화'와 연결 짓습니다. 또한 SNS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에 갇히지 않고 우연성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행운 만나도록 권하는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SNS가 일상화된 요즘 자녀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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