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낳아보니 행복이다] 배준석·김지연 부부 "아이들에게 배우며 삽니다"

공무원 아내 수도권 발령받아 주말부부 신세
온가족 마라톤대회 참여, 한티가는길 완주가 목표

아들 셋을 키우는 배준석·김지연 부부가 첫째 주혁(왼쪽 세번째), 둘째 주호(왼쪽 두번쨰째, 셋째 주환과 함께 산책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아들 셋을 키우는 배준석·김지연 부부가 첫째 주혁(왼쪽 세번째), 둘째 주호(왼쪽 두번쨰째, 셋째 주환과 함께 산책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가톨릭대 교직원인 배준석(42) 씨와 공무원인 김지연(37) 씨는 2016년 결혼해 아들만 셋 낳았다. 첫째 주혁(9)은 초등학교 3학년 생이고 둘째 주호(6)와 셋째 주환(3)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양육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라 하나라도 손이 더 필요한 판이지만 부부는 올 2월부터 떨어져 지낸다. 아내가 경기도 안양시로 전근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평일 육아는 배 씨가 근처에 사는 어머니 도움을 받아 홀로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예전 아내가 육아휴직을 했을 때 '일하는 것 보다 아이 키우는 게 더 쉽지 않냐'고 핀잔을 준 적이 있는데 망언도 그런 망언이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이런 반성을 기반으로 지금은 가사와 육아에 있어 남편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변에 설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둥이 아빠 배준석 씨가 놀이터에서 아들 셋과 친구처럼 어울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다둥이 아빠 배준석 씨가 놀이터에서 아들 셋과 친구처럼 어울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삼각 바퀴로 돌아가는 주말 부부의 육아 일상기

현재 배준석·김지연 부부의 육아는 삼각 구도로 진행된다. 평일은 배준석 씨와 그의 어머니, 주말에는 부부가 함께 하는 식이다. 어머니는 평일 오전 6시 45분이면 어김없이 아들 집에 찾아와 아침 식사를 챙겨주고 두 손주의 어린이집 등원도 시켜준다. 이후 본가로 돌아갔다 오후 4시 또다시 아들 집에 들러 저녁식사 준비를 해주고 귀가한다.

배준석 씨는 퇴근 후부터가 본격적인 육아 시간이다. 근무시간(학기 중)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라 퇴근 후 곧장 피아노학원에 있는 둘째 아이와 어린이집에 있는 셋째 아이를 데리러 간다. 하원 후 이들 삼부자가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놀이터다.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아이들인지라 1시간 정도 실컷 뛰어놀게 해야 밥도 잘 먹고 밤에 잠도 잘 잔다.

집에 와서는 아이들 씻기고 저녁 먹이고 공부를 봐준 뒤 다 같이 보드게임을 하거나 산책을 나간다. 돌아와 아이들이 잠이 들면 청소와 세탁기를 돌리는 것까지 다해야 그의 일과가 마무리된다.

아내 김지연 씨는 금요일 밤에 집에 와서 월요일 새벽에 올라간다. 주말에는 아내가 가족들 식사와 아이들 공부를 맡고, 남편은 청소와 세탁을 책임진다. 온가족이 함께 하는 유일한 시간이 주말이라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온가족이 두류공원 산책을 가거나 두류도서관에 책을 보러 간다.

오후에는 첫째와 둘째를 남산성당 주일학교 및 어린이미사에 데려가고, 끝나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이때부터 부부의 육퇴(육아 퇴직) 파티가 시작된다. 먹고 싶은 배달음식을 시키고 술도 한잔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일요일에는 등산과 캠핑을 하며 여가를 즐긴다. 아이들에게 등산이 좋다고 해서 길이 평평한 편인 가산산성(경북 칠곡군)에 주로 가고, 캠핑은 코로나 시기부터 아이들이 좋아해 꾸준히 다니고 있다.

다섯 식구가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을 찾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다섯 식구가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을 찾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다자녀가정 부모 인사정책,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지 않게 배려해주길

아내가 없는 나흘 밤마다 둘째와 셋째 아이는 엄마 보고 싶다고, 언제 오냐고 칭얼거린다. 이럴 때마다 배준석 씨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엄마가 가장 필요할 시기인데 그렇지 못해 아이들이 측은하고, 엄마의 부재를 본인이 채워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혼자 애들 셋을 돌보다 보니 세 명 모두에게 관심을 줄 수 없는 것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첫째와 체스 게임을 하게 되면 둘째와 막내에게 소홀해지고 둘째와 레고를 하면 첫째와 막내에게 소홀하게 된다. 물론 자기들 끼리 잘 놀기는 하지만 아빠로서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 다자녀를 둔 공무원이나 회사원 등에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사정책을 펴줬으면 하는 것이다. 배 씨는 "현실적으로 다자녀가정의 배우자 한 명이 거리가 먼 타지역으로 발령이 나버리면 너무 힘들어진다"며 "인사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배려해 주십사 하는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자녀가정 지원정책으로는 일회성 지급이 아닌 꾸준히 누릴 수 있는 전기세, 가스비 지원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 돌봄, 방과후 교육의 경우에도 세 자녀 중 셋째에게만 혜택이 있는데 모든 자녀로 확대하고 다자녀 입장료 할인도 늘어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온 가족이 8월 16일 팔공산국립공원 도학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왼쪽부터)엄마 김지연 씨, 첫째 주혁, 셋째 주환, 둘째 주호, 아빠 배준석 씨. 배준석 씨 제공
온 가족이 8월 16일 팔공산국립공원 도학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왼쪽부터)엄마 김지연 씨, 첫째 주혁, 셋째 주환, 둘째 주호, 아빠 배준석 씨. 배준석 씨 제공

◆"아이들 개개인에 집중합니다"

배준석·김지연 부부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느낀 바가 있다. 아이들은 각자만의 특성과 성장 속도가 있기에 부모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꾸준한 사랑과 관심만 주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도 세 아이 중 말이나 걷기 등 발달이 더딘 아이가 있어 속상해 하고 자책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더니 성장이 빠른 아이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성급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집은 '다른 아이들과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는 교육 철학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운다. 실제 세 아이는 개성이 뚜렷하다. 첫째 주혁은 호기심이 많다. 세상 모든 현상에 대해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학교에서는 발표를 잘해 발표왕으로 뽑히기도 했다. 피아노, 축구, 검도도 좋아한다. 최근에 열린 대구광역시장기 검도대회에선 동메달을 땄다.

둘째 주호는 밝고 잘 웃는 미소 천사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길 좋아해 레고와 킹콩블록으로 곤충과 놀이기구, 로봇도 만들어낸다. 삼형제 중 정이 가장 많아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놀러 나갈 때면 형과 동생도 같이 가는지 항상 챙긴다.

막내 주환은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다. 말을 빨리 배웠다. 장난감 가게에 가면 어려운 영어식 로봇 이름을 술술 다 외워 말한다. 아빠가 지쳐 있을 때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빠 힘내세요" 하고 노래를 부른다. 다른 형제가 말을 안 들어 혼을 내면 본인이 나서 애교를 부리며 무거웠던 집안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주기도 하는 센스쟁이다.

삼형제의 공통점이라면 다자녀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양보와 배려, 협동, 질서 등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잘 습득해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갈 때도 동생이나 형이 먼저 들어가 있으면 기다리고, 화장실이 급한 형제가 있을 때는 양보를 해 먼저 사용하게 해준다. 레고를 만들 때면 다 함께 만들면서 협동을 배우고, 놀이를 할 때는 막내를 배려해준다.

◆가족이 주는 힘, 인생 살아갈 힘

"사랑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배준석·김지연 부부의 소회다. 부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순수한 마음을 보고 있으면 외부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나 부정적인 감정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받는 위로도 크다. 세 아이의 특성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방법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자신의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배 씨는 "아이들에겐 배울 점이 참 많다"고 강조했다. 정의감이 투철한 첫째를 보면 불의와 부정을 보고 모른 척 하거나 방관했던 내 양심을 돌아보게 되고, 정이 많아 주위사람을 잘 챙기는 둘째를 보면 나 자신을 우선시했던 이기적인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애교가 많고 말 한마디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셋째를 보면 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며 주변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는 요즘에는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가 되기 위해 체력 단련에 열심이다. 3년 전부터 직장에서 점심시간마다 러닝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대구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했다. 마지막 결승점에서 가족들 모두 나와 응원해준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아내 김지연 씨도 최근 달리기를 시작했고 아이들도 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해보는 게 꿈이다. 가족 종교가 가톨릭이고 걷는 것도 다들 좋아해서 천주교 순례길인 한티가는길도 함께 완주해보고 싶다.

배준석·김지연 부부는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다"며 "가족이 많은 만큼 인생 희로애락도 서로 힘이 되어주며 수월하게 건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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