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칼럼] 여권의 김어준과 야권의 전한길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친여 성향 유튜브 매체 3곳이 지난달 말 용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포함됐다. 지난 대선 투표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 마지막 선거운동을 대신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공적에 대한 여권의 논공행상이다. '전한길뉴스' 등 친야 성향 유뷰트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2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체제가 출범한 것은 김어준이 여권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재확인시켰다. 이 대통령이 지지한(?) 박찬대가 아니라 김 씨가 공개적으로 지지한 정 대표가 당선됐다. 이는 여권의 진짜 대주주가 이 대통령이 아니라 김 씨라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한 달여 전 김 씨는 인천의 한 최고급 호텔에서 토크쇼를 벌였다. 이 행사에는 김민석 총리, 우원식 국회의장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까지 참석하는 등 '계파'를 막론하고 총출동했다. 높이 솟아 오른 무대 중앙 안락의자에 사이비 교주처럼 거만하게 앉은 김 씨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형님'이라고 불렀다.

이는 문 전 대통령까지도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드러낸 연출이었다. 그런 다음 문 전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을 만나면 자신을 대법관 시켜 달라'고 청탁했다. 대통령실의 친여 유튜버 출입 허용은 김씨의 요구에 대한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대선 다음날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처리했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처리하면 김 씨가 이 나라의 대법관이 되는 블랙코미디가 펼쳐지는 날도 보게 될 것 같다. 대통령을 능가하는 '상왕'이자 사이비 교주 이상의 위세를 보이고 있는 김 씨의 오만한 행보에 대해 여권 내 누구 하나 맞서거나 폐해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무당'이 지배하는 정당을 여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날마다 그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국회의장과 총리 장관들도 언제든지 그가 부르면 달려간다.

그는 국정을 장악한 듯 행동하고 있다.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여가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실이 결국 '자진 사퇴'로 마무리했지만 김 씨는 강 후보자를 지지했다. 김 씨는 "강 의원을 사퇴시켜야 할 만큼의 사건은 없다"며 강 후보자 자진 사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가감 없이 토로했다. "이건 언론이 이재명을 이겨 먹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김 씨의 말은 자신이 이 대통령을 이긴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여권이 대주주 김 씨를 공인하는 행태에 비하면 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 등 보수 유튜버에 대한 국민의 힘의 태도는 가관이다. 아예 '출당' 등 징계를 거론하고 '극우몰이'에 동조하는 등 천양지차(天壤之差)다. 김 씨가 교주의 위상이라면 전 씨는 보수진영의 추종자에 불과하다. 비대위원장 등 당내 누구도 전 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전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누구보다 앞에 서서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투쟁했다. 그를 향해 '극우'라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상대 진영의 정치공세인데도 당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극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뺄셈정치'에 몰두한다. 대여투쟁에 나설 '빅 스피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야권이 여권의 프레임에 따라 특정인에 대해 극우몰이를 하는 것은 유감이다. 부정선거와 계몽령 등을 주장한 바 있는 전 씨의 지난 행보가 정치적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국민의힘 같은 '국민정당'에서는 보수에서 진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정책에 따라 극우에서 극좌까지 모든 목소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윤어게인'이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과 접점을 갖고 있는 전 씨의 행보가 옳다는 것이 아니다. 여권이 대주주로 공인한 김어준 씨의 기획에 따라 '20년 장기 집권'을 준비하고 있는 엄중한 정치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비상계엄과 탄핵국면을 극복한 새로운 보수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눈앞에 닥친 야당 전당대회의 목표다. 그러려면 이재명 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제대로 지적하고 투쟁력을 갖춘, 보수의 목소리를 하나로 끌어 모을 수 있는 용광로 같은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의원직 사퇴 같은 투쟁의 결기 조차 없는 무기력한 국회의원 100명보다 김어준과 전한길 같은 '빅 스피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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