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창-이종철]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어 재판을 중지시켰다고 정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이종철 전 고려대 외래교수

각종 개발 비리로 측근들이 구속된 상태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되려던 시점, 정성호 의원은 서울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던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찾아갔다. 이재명 대통령 체제에서 초대 법무장관에 임명되는 영전을 입은 정성호 의원은 정진상·김용 두 측근을 특별면회했다. 칸막이 즉 '접촉 차단 시설'도 없는 장소에서 대화를 하며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두 측근에게 "이대로 가면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고 강조를 하였다.

정성호 법무장관이 당시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에게 한 것은 '범죄 공모자'에 대한 회유로 여겨졌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핵심 진술자인 두 사람을 찾아가 입막음을 시도하고 자기들 선에서 뒤집어쓰라고 지시한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공모를 끝내 발설하지 않는다면 즉 자기들 선에서 뒤집어쓴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는 협박으로도 들릴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 의원의 말은 다급한 토착비리범의 '단말마'에 불과할 거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는 법이 있고 정의가 있으니까. 그러나 단말마는 현실이 되었다. 토착비리범이 대통령이 되었다.범죄자가 대통령이 되자 재판마저 중지되었다. 8개 사건에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은 모두 중지되었다.

2025년 7월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부는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재판 중지를 밝혔다. "이재명 피고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고, 행정부 수반임과 동시에 국가 원수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다"며. 같은 재판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은 이미 중지 상태였다. 이전에 공직선거법 파기 환송 관련 서울고법 형사7부, 대장동·백현동·위례동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도 재판 중지를 선언하였다. 위증교사 사건의 서울고법 형사3부는 대선 전인 5월 12일 이미 재판을 연기하였고 추후 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어도 재판은 계속된다는 것은 다수 의견이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이 되어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상대 후보의 리스크를 공격하였다. 국민일보가 10명의 헌법학자에 물었는데 7명이 진행해야 한다고 했고 2명은 진행하면 안된다고 했으며 1명은 유보 의견을 냈다. 법제처가 2010년 발간한 헌법주석서에는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형사상의 소추는 기소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의회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를 위해 사전에 각종 '법 위의 법'을 만들어 상임위를 통과시켜 놓는 등 대비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서 '행위'를 삭제해 아예 혐의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대통령 당선시 형사 재판을 정지하도록 하였다.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자기 성향의 대법관을 다수 임명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이 이어졌다.이 같은 총공세 속에서 법원은 차례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지를 결정했다. 대선 당일 국민 64%가 '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기까지도 놀랍지만 여기가 끝이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오산이다. 대통령이 된 '범죄자 이재명'은 자신의 범죄를 아예 없애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스로 증거를 모두 인멸하고 '꼬리 자르기'에 완전히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할 거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재판 중지도 모자라 '공소 취소'까지 압박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절대 군주의 자의적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에 따른 법치(法治)를 확립한 것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여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돈을 가진 사람이든 법 앞에서는 전혀 상관 없이 누구나 평등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법은 정의 실현의 도구라 한다.

토착비리범이 대통령이 되어 권력으로 재판을 중지시켰다면, 정의가 사라진 걸까. 지금은 모든 것이 암울해보인다. 정의가 어디 있는지 국민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의는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불합리한 처사를 켜켜이 겪은 지금, 누구라도 이렇게 밖에 말을 못한다. "하지만 정의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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