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이 가진 강점, 즉 '개인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오늘날 학교 교육도 개인 맞춤형 자질을 계발하는 '개별화 교육'에 힘쓰고 있다. 모두가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학습에 맞춰 교사가 교육을 통해 지원하는 형태가 요즘 교육의 본질로 인정받고 있다.
역량 중심 인재상, 개별화 교육으로의 전환은 평가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학들도 역량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 2013년 도입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중심으로 단순한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지낸 권오현 사범대학 명예교수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교생활을 각자의 맥락에 맞게 평가해 주는 학종이 더욱 타당한 평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학종이 도입되던 시기 서울대 입학본부를 이끌며 학종이 대입 제도에 굳건히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 대입정책자문회의 위원, 대한민국인재상 중앙심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권 교수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교 교육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한 개인이 평생 성장해 가는 데 필요한 기본 자질과 내적인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입제도도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경험, 개별적 특성을 반영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같은 시험을 치르는 정시가 공정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정시를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객관식이기 때문이다. 수능이 논술식으로 바뀌면 전문가의 정성(定性)적 판단이 들어가야만 하고 그러면 우리 사회는 여기도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논술식 수능 도입이 국가적으로 참 부담되는 개편 방향이다. 하지만 대입 선발에 큰 영향을 주는 수능을 공정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여전히 객관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많다. 대입제도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하기에 이 부분에 대해 범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 환경적인 면에서 특목·자사고, 수도권 고교 대비 지역 일반고 학생들이 학종에 불리한 점은 없을지.
▶불리하지 않다. 최근 학종이 교실 수업 위주로 평가를 진행하다 보니 실제로는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 고교 학생들이 내신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보며 지방 학생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학종이 이전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처럼 비교과 활동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당연히 학교나 지역의 여건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종은 교실 수업의 수준과 학생의 참여 태도, 학업 결과를 평가에 주로 반영하기에 학교 유형이나 소재 지역과 상관없이 '교실 수업 충실도'만 맞추면 누구나 혜택을 볼 수 있다.
-학종의 평가 기준이 정시에 비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면에서 '깜깜이 전형'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학들은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대학 입시는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부 평가, 면접, 논술 모두 깜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들은 학생부 평가를 국민들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평가기준이 모호해 공정성이 더욱 문제 된 비교과 영역의 요소들을 평가에서 없애고 학업 부문의 비중을 늘리는 형태로 개편했다. 평가 방식에서도 다인 다단계 평가를 통해 평가과정을 시스템화하고, 다수가 독립적으로 평가한 결과를 점검해 편차가 있을 때 제3자가 재평가 혹은 조정평가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종은 자신의 진로와 전공에 관한 탐색 노력, 준비 정도를 중시한다. 중간에 진로가 변경되면 어떻게 하나.
▶진로란 항상 변경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대학도 이해하고 있다. 또 진로를 수정했다고 해서 과목이 전공적합성(진로 역량)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는 많지 않다. 단 인문계에서 자연계로 진로를 바꾼 경우에는 대학이 지정한 핵심 권장과목이나 전공 학업에 꼭 필요한 수학, 과학 교과의 과목은 이수를 해두는 게 좋다.
전공적합성을 고민할 때 너무 과목 위주로만 하지 말고 전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 전공 관련 진로 탐색 활동 등 다른 학생들과 구분될 수 있는 나만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학교생활을 해나가면 된다.

-대학별로 무전공 선발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진로를 미리 정하는 학종과는 방향성이 다소 다르다. 어떤 학생들을 위해 추천하는지.
▶무전공 선발은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무엇인지 1년간 탐색해 볼 시간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취지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개별 전공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있고 해당 과목을 이수하는 등의 준비를 해왔으면 당연히 전공 단위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 이와 달리 일반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냥 성적이 좋은 상황이라면 무전공 선발에 지원하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시에서 무전공 선발은 당연히 전공적합성보다는 일반적 학업 역량을 중시하겠지만 면접에서는 전공 선택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희망 전공을 몇 가지 생각해 두고 그에 해당하는 과목들도 일부 이수해 두는 것이 좋다.
-올해 고1부터 내신 등급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대입 변별력이 약해질 텐데.
▶이전에는 1등급이 100명 중 4명이라면 이제 1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상위권 대학에는 성취등급 A, 석차 1등급을 받은 지원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
대학들은 이수과목 내용의 수준(기초/심화), 이수과목의 구성(전공적합성, 과목 위계), 탐구적 수업 태도(세특 기록) 등을 더욱 심도 있게 반영하려 할 것이다. 교육부 차원에서도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비중, 성취도별 분할점수 등 '학업 역량' 판단을 위한 추가 정보를 제공해주기로 했는데 이들도 학생부 평가에 변별력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리라 본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을 특히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기를 수 있나.
▶학생들은 교실 수업에서 지식의 단순한 암기에 머물지 말고 교사가 전해주는 지식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핵심 원리를 탐색해 나가야 한다. 개별 교과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생각 참여'다. 여기에 관심 주제 관련 책 읽기를 통해 교과 학습과 독서를 연결하고, 자기 관심에 맞춘 과제를 수행하고, 필요시 발표·토론 경험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학습 역량이 쌓이게 된다. 이것은 학종을 대비하는 가장 바람직한 준비 방식이기도 하다.
-대입을 앞두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한마디 한다면.
▶대학이 주목하는 좋은 인재가 되려면 전략적 준비보다는 학교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량과 소양을 쌓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고교에 재학하는 기간은 미래 '나'의 모습을 꿈꾸고 그려갈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고교 생활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기주도적으로 넓고 깊게 공부한다면 알찬 고교 생활을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인재로 성장하는 데 한 발짝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또 자신의 진로를 긴 호흡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혹여 대입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이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노력한다면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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