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임상준] 경북형 콜로세움

로마 대화재 잿더미 위에 세워진 콜레세움처럼,
경북 화재 피해 지역의 재창조 수준 재건으로 인구감소, 지방소멸 막는 전기 되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산불피해 재창조 본부회의'를 주재하며 재창조 수준의 T피해지역 복구·재건을 주문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이집트인들아, 피라미드를 자랑하지 말라. 아시리아인들아, 바벨론을 입에 담지 말라. 모두가 이 그림자(콜로세움)에 가려지리라."

콜로세움(Colosseum)이 완성되었을 때 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티알리스는 이렇게 찬양했다.

시오노 나나미도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콜로세움은 미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최고의 걸작"이라고 읊었다.

콜로세움은 예나 지금이나 로마를 상징하는 최고의 유적으로 통한다.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이다.

하지만 건물 앞에 있었던 네로 황제의 동상 '콜로세우스(Colossus)'에서 지금의 이름이 유래됐다.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로마 대화재로 소실된 도심 지역에 네로가 지은 황금 궁전(도무스 아우레아)을 헐고, 세웠다. 황제의 사적 공간이었던 궁전과 달리 콜로세움은 검투사 경기, 공연 등 로마 시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적 영역을 담당해 단연 인기였다. 현재는 원형의 3분의 1 정도만 남아 있다.

경북도가 지난 3월 경북을 할퀴고 간 초대형 산불 복구 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산불 피해 재창조 본부회의'를 주재하며 "산불 피해는 단순히 원상복구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경북도와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해 근본적인 개발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산불로 피해가 가장 컸던 영덕 노물리·석리 일대는 민간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거지의 경우엔 단순한 주거 복구를 넘어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등 현재 상황에 맞게 '콤팩트 시티' 개념을 도입한 정주 공간의 재설계가 추진된다. 경북도는 주거 복구 외에도 마을 공동체 복원과 함께 청년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구조로 도시를 짜고 있다.

로마 대화재는 기원후 64년 7월 18일 밤, 로마의 중심부인 대형 시장 지역 기름 창고에서 시작됐다. 당시 로마는 좁은 골목과 밀집된 목조 건물들로 이루어져 화재가 빠르게 확산됐으며 약 6일 동안 불길이 지속됐다. 이 화재로 로마 시내 14개 구역 중 10개 구역이 완전히 파괴됐다.

로마는 대화재 이후 도심을 재건했다. 도로를 정비하고 화재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수로를 늘리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시 구조를 갖췄다. 화재 터에는 세계 최고의 관광 명소인 콜로세움까지 세웠다.

지난 3월 22일 의성에서 성묘객의 단순 실화로 발생한 경북 산불은 순식간에 경북 동해 쪽으로 번져 3만여 명의 이재민을 낳는 등 큰 피해를 안겼다. 이 산불 역시 태풍에 맞먹는 풍속, 바싹 마른 솔잎과 나뭇가지로 이미 거대한 화약고가 된 산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경북도는 산불 지역을 중심으로 재창조 수준의 재건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 도지사는 "사라지는 마을이 아니라 살아나는 마을로, 바라보는 산이 아닌 돈이 되는 산으로, 그리고 농업의 대전환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를 이끄는 경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로마는 도심 대화재의 잿더미 위에 세계적 유산 콜로세움을 짓고 도시 기능을 강화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경북 산불 지역도 재창조 수준의 재건을 통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막아내는 '경북형 콜로세움'의 전화위복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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