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무복 색상 선택지 '답정너'…경찰 새 제복 설문조사 논란

경찰, 새 제복 설문조사 12일까지 진행
내부 조사 결과 경찰 대다수 '흑색'선호…설문조사 반발

최근 경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품평회 설문조사 항목. 독자 제공
최근 경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품평회 설문조사 항목. 독자 제공

경찰이 창경 80주년을 맞아 근무복 변경에 나선 가운데 디자인과 색상 결정 방식을 두고 내부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경찰 내부 조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데다 현재 진행 중인 온라인 설문조사도 직원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이어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현직 경찰관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찰 점퍼, 외근복장(근무모, 조끼류), 기동복 등의 디자인과 색상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유출된 시제품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르면서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다.

설문조사에 대한 경찰 내부 반응은 미지근하다. 근무복 변경에 앞서 지난해 경찰 내부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데다 실명제로 이뤄지는 방식 탓에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 치안정책연구소 주관 '복제개선 사전연구'를 실시했다. 해당 연구는 선호하는 제복의 색상을 묻는 질문으로 이뤄졌고, 참여 경찰관 4만4천573명 중 2만8천750명(65%)이 '흑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올해 6월 중순부터 한 달간 내부 메일을 활용해 재차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0% 안팎의 경찰관들이 경찰 이미지에 흑색이 어울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품평회 설문조사지에는 흑색이 아닌 청록색 계열의 색상 선택지가 주로 나열됐다. 외근 점퍼의 경우 색상 선호도 선택지는 진청색과 어두운 진청색 계열의 두가지 선택지만 있었다. 혹서기 근무복 역시 청록색과 약간 푸른빛 도는 청록색의 선택지만 나열됐다. 푸른색, 초록색 계열은 지난해와 올해 경찰 내부 조사에서 선호도가 20%에도 못 미친 색이다.

설문조사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지에는 성별과 사는 지역만 기재하라고 돼있지만, 경찰 설문지에는 현재 소속 뿐만 아니라 과거 근무 부서, 이름까지 필수적으로 입력하게 돼 있다.

대구 일선 경찰들도 설문조사 방식을 두고 불만이 적잖은 상황이다.

올해로 입직 2년차인 A경찰관은 "신임 경찰관 입장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면 익명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온라인 품평회 양식을 보니 실명까지 기재해야 해서 제대로 된 조사가 안 될 것 같다"며 "주위 젊은 경찰관 중에서는 아예 제복을 바꾸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직원 선호에 맞게 근무복 디자인을 결정하는 한편 설문조사 방식의 경우 자세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실명을 기입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장비운영과 관계자는 "시민 설문지와 달리 내부 직원 설문지는 계급과 근무 부서에 따라 어떤 경향성을 띠는지 등 디테일한 분석이 필요해서 필수 입력 항목을 추가한 것"이라면서 "근무복은 색상을 현행 유지할 계획이고, 점퍼 등은 직원들이 좀 더 짙은 계열의 색상을 원하면 앞으로 2차, 3차 시제품까지 만들어서 의견을 지속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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