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특별했던 1학기를 되돌아보며

1학기 동안 선생님과의 약속 지켜준 학생들
다가오는 2학기 기대하며 준비하게 만들어

학생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학생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교사는 주는 입장, 학생은 받는 입장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나름 오랜 교직생활을 통해 담임을 해오면서 좀 더 잘 가르쳤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좀 더 아이들에게 마음을 내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아쉬움을 최대한 줄이려고 고민하고 또 노력했다. 올해는 내게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았고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지만 올해 만난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좋은 이야기들이라 나의 자랑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주인공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첫 번째 이야기, 괜찮아요!

올해 처음으로 2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매년 그러했듯이 첫날 첫 시간은 학급 경영 방향과 규칙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고 꼭 지켜야 한다는 것과 지키지 않았을 때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명확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모든 상황이 원하는 만큼 명확하고 단호하게 해결될 수는 없었다. 우리 반 아침 시간은 독서하기로 정해져 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바르게 앉아 조용히 10분간 읽는다. 그러나 지각을 하거나 도서관에 갔다가 시간을 못 맞추고, 화장실을 가거나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을 못 하는 등의 이유로 10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독서 습관도 키우고 온전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어 시작했기에 나 역시 교실 문 앞에 서서 조용히 독서하며 함께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기 초에는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있었다. 이때 "그래, 알겠어요"라는 일곱 글자의 내 말에 아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선생님에게 고마워하는 느낌을 받았고 기특하게도 어느 날부터 내가 있든 없든 아이들은 늘 그러하듯 조용히 책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통합교과 놀이 수업이 있어 강당으로 이동하던 중 교과 담당 선생님과 마주쳤다. 문득 이번 주에는 놀이 수업이 없다는 것이 생각났고 아이들에게 사과했다. 이때 아이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 뒤로도 나의 실수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미안한 마음과 이해해 주는 고마움에 실수를 줄였지만 솔직히 괜찮다 라는 말과 그 말을 할 때의 아이들의 표정이 자꾸 보고 싶어진다. 일부러 실수하고 싶게끔.

◆두 번째 이야기, 티끌모아 태산

학교생활은 시간과 활동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일상이 단조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 저마다 다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다양함 속에서도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것은 반복된다. 나는 가급적 조례 시간과 종례시 간 5분은 명확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조례 시간에는 1교시 수업 준비, 화장실도 다녀오기 그리고 오늘 중요한 일들이 있으면 안내해 주기도 한다. 이 시간에 아이들의 건강 상태나 기분을 물어보고 하루를 잘 보내자는 마음을 다지며 아침 인사를 한다. 종례 시간에는 하루를 돌아보고 잘한 점과 노력할 점에 대해 말해주고 하교 시 지켜야 할 생활 안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이렇게 되다 보니 첫 글자만 말해도 뒷말은 아이들이 알아서 대답해서 이어간다. 현장학습을 가도 예외 없이 반복되며 이 외에도 반복되는 것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이것이 한 학기를 지나오니 아이들 모습에서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이동 수업이나 급식실을 갈 때 줄을 맞춰 걸어가고,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교실이나 복도에서 쓰레기를 줍고 정리를 하며, 어려움이 있는 친구를 말하지 않아도 돕고, 각자의 일상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물론 이런 일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교사의 지도 없이도 스스로 해내는 것은 쉽지 않고 지도를 해도 안 하는 학생들도 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것처럼. 이 작은 일상의 반복들이 습관이 되어 여러 선생님들께 칭찬도 자주 듣게 되었고 나름 우수한 결과도 얻었다. '아침 건강 걷기 목표 도달하기'도 전교에서 우리 반이 제일 많았고, '잔반 적게 남기기'도 우리 반이 최우수반이 되어 상도 받았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저마다의 일상에 좋은 것들을 하나씩 모아 지금 자신의 모습이 되어간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아가고 있다. 내 어릴 적 모습보다 더 대견하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인가?

1학기를 마무리할 때쯤 개인적 사정으로 부득이 학교를 출근하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다. 다시 출근하던 첫날, 기간제 선생님께서 책상 위에 편지를 한 장 남기고 가셨다. 우리 반 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가신다며 혹시 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1순위 사용권을 주신다고.

그 문구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없을 때 더 잘하겠다고 약속한 아이들이 정말 그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자신들도 편지를 읽고 싶다고 하길래 보여줬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마주 보며 말없이 웃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났다. 감사한 일이다. 2학기에는 또 어떤 일들이 있을까? 기대하며 준비해야겠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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