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흥민 우산 비매너 논란'에 외신도 주목…"韓 젠더 갈등 격렬"

손흥민이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하고 있다. 토트넘의 벤 데이비스 선수도 같은 여성 리포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손흥민이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하고 있다. 토트넘의 벤 데이비스 선수도 같은 여성 리포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FC) 선수의 일명 '우산 논란'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도 소개됐다. NYT는 이번 사건을 한국에서 남녀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NYT는 7일(현지시간) '이 축구 스타는 여성 인터뷰 진행자의 우산을 들어줘야 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손흥민의 인터뷰 장면이 한국 온라인상에서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손흥민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토트넘 홋스퍼 은퇴 경기를 마친 이틀 뒤인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해하면 한국 여자로서 현타 온다는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자 하루 만에 조회 수 12만을 넘겼고 댓글도 1800개가 넘게 달렸다.

게시물에는 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친선경기 직후, 손흥민과 벤 데이비스의 인터뷰 장면이 담긴 2장의 사진이 첨부됐다. 한 장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다른 손은 뒤로 뺀 채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었고, 그의 옆에 선 리포터가 우산을 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반면 데이비스는 오른손에는 마이크를, 왼손으론 우산을 들고 여성 리포터를 씌워주고 있었다. 데이비스가 우산을 들어준 덕분에 여성 리포터는 양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당시 손흥민은 양손에 마이크 장비를 들고 있어 우산을 들기 어려웠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NYT는 논란의 전개 과정과 함께 "한국 남성의 여성 대우 현실을 보여준다", "서양 남성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본능적"이라는 커뮤니티 댓글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은 한국 사회의 깊어진 젊은 세대 간 성별 갈등을 드러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20~30대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정치적 성향, 연애·결혼 인식에서 극명히 갈린다는 점이 대선 출구조사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고 짚었다. 또한 극단적 반(反)페미니즘과 급진적 페미니즘, '연애·결혼·출산·성관계 거부(4B 운동)' 등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이 같은 성별 격차에 따른 갈등은 동아시아에 뿌리내린 유교 사상에서 비롯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유교 사상에선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돼야 한다고 믿지만, 현대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고 최근 '미투' 운동 등 페미니즘적 가치가 커지며 전통적 사상과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손흥민이 평소 예의 바르고 배려 깊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하며, 이번 논란이 '유명세의 일부'일 수 있으나 사소한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문가 견해도 전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