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복 80주년 앞두고 대구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 흐린 날에도 시민 발길 이어져

시민·학생 30여 명 참여… "함께하는 용기, 이어가는 기억" 외쳐
이용수 할머니 "더 쇠약해지기 전 과거사 마무리 보고 싶다" 눈물 호소
젊은 세대 참여 늘어… "슬픔 반복 막겠다" 다짐

9일 오전에 열린 기림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을 어루만지며
9일 오전에 열린 기림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을 어루만지며 "소녀상에 신발 신을 날, 웃을 날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정두나 기자.
이날 열린 기림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묵념하고 있는 모습. 정두나 기자.
이날 열린 기림의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묵념하고 있는 모습. 정두나 기자.

광복 80주년을 앞둔 가운데, 대구 중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행사가 열렸다. 이날 모인 시민들과 이용수 할머니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9일 오전 11시쯤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 행사가 열렸다. 이날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에는 약 30명의 시민이 참석해 "함께하는 용기, 이어가는 기억"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행사는 오는 8월 14일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전국 90여곳에서 매년 기념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서혁수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게 됐는데, 할머니들의 고통의 역사도 80년 넘게 이어졌다는 말이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기림의날을 기념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과거사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은 채 정권이 바뀌었다"며 "시간이 더 흘러 몸이 쇠약해지기 전에 과거사 문제의 끝맺음을 보고 싶다. 새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무작정 싸우라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며 일본과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길 바란다"며 눈물을 닦았다.

발언과 기념 공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공원에 설치된 소녀상으로 가 헌화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발밑에 꽃을 둔 채 잠시 묵념하기도 했다.

작년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대구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소녀상이 있는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은 교복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학생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황성은(17) 학생회장은 "소녀상은 단순한 동상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자는 강한 외침이다"며 "다시는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젊은 세대가 노력하겠다"고 외쳤다.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던 김윤아(18)씨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념식에 참여해 뜻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내년에는 젊은 층들이 더 많이 참여해, 과거사 해결에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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