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나무 화가'로 불리는 김상원(68) 화백이 약 3만호 크기의 초대형 소나무 그림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패널형 캔버스 24개를 결합한 규모이고 국내 유채화 중 가장 큰 그림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한 김 화백의 작업실인 예술원의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파트 2층 정도 높이에 그린 '한국소나무2503기상'(세로 4.88mⅹ가로 29.28m, Oil on canvas 2025)이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대작(大作)을 접하는 순간,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 그림에 압도당하며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김 화백은 "우리나라에서 유채화 그림 중 가장 큰 그림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술평론가들은 단순히 그림 크기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린 그는 중 3때 다방에서 유화 개인전(27점)을 열었고, 학생미술대회에서 총 18회에 걸쳐 1등을 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문교부 미술특기자로 충북대와 홍익대학원을 졸업했고, 1980년부터 현대미술에 몰두해 중앙미술대전, 국전 등에서 입선 10회, 특선 11회를 수상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그는 2000년부터 회화의 본질에 충실한 풍경화로 '전환'해 자연풍경을 주제로 사시사철 현장을 누비며 생동감 있는 감흥을 화폭에 담고자 몰두해 왔다.
"2006년쯤부터 가을, 겨울 동안 설악산을 여러 번 찾아 바위산을 그리는데 안개도, 구름도 아닌데 뭔가 뿌옇게 변해 그림이 잘 되지 않았다. 하루 이틀 공치다가 그림 그릴 마땅한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뿌연 산 앞에 소나무 숲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다. 후딱 붓질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지 않은 현장에서만 낼 수 있는 색깔이 나오고 굉장히 역동적인 소나무 그림이 그려졌다. 이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소나무 등 현장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는 이후 틈만 나면 울산과 그 주변은 물론 전국의 산 등지를 찾아다니며 소나무 그림을 중심으로 나무와 꽃을 현장에서 화폭에 담았다.
김 화백은 "14년 전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연 초대전에 '통도사 숲길'(4.6mⅹ2m) 그림을 전시했을 때 관람객들이 '너무 초대형 그림을 그린다'고 하길래 앞으로 30m 이상 가는 한국의 풍광을 담은 그림을 그리겠다고 '허풍'을 떨었다"면서 "15년 만에 그 허풍이 실현됐다"며 웃었다.
그는 "인생이 두 번 다시 오는 것도 아닌데 시대나 미술의 이즘(ism·경향이나 사조)을 뛰어넘는 최대·최고의 불후의 명작을 그려보고 싶다"는 희망과 결심을 전했다.
4년 전 빚을 내 현재 작업실로 사용하는 300여평 규모의 폐공장(높이 10m, 길이 30m)을 빌려 내부를 개조했다. 공장 지붕의 3분의 2를 걷어내고 투명 슬레이트로 고친 다음 그 아래 흰 천막을 가렸다. 직사광선이 비칠 경우 그림이 변색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연히도 흰 천막을 통과한 빛은 자연조명이 되는 '한 수'가 됐다.

그는 지난해 5월 14일부터 이 '그림공장'에서 초대형 소나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틈틈이 그렸던 양산 통도사 소나무와 숲길과 경주 삼릉 소나무, 김해와 거창의 노송(老松), 울진 불영계곡 금강송, 울산 대왕암 해송, 북한산 인수봉, 설악산 노적봉과 달마봉 등 전국의 10여 곳에서 현장 사생한 그림을 취합해 구성과 구도를 재설정하고 재배치해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다양하고 광활한 한국의 자연 풍경이 펼쳐지는 큰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10일 현재 138일에 걸쳐 464시간 동안 그렸고, 95% 정도 진행됐다. 남은 30여일 동안 밀도감이 떨어지는 부분을 높이는 작업을 하면 대작은 완성된다.
김복영 전 홍익대 교수(미술평론가)는 "김 화가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면서 신비하고 멋이 있는 강렬한 매력, 시공을 넘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회화와 머리와 논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전율하는 그림을 그린다. 감흥과 진솔한 영혼을 담은 작품을 한국의 소나무에 헌정했다"고 평했다.
김 화백은 "시류를 넘어 화화 본질성에 충실한 자연주의 한국그림으로 세계인이 함께 환호하는 시각적 감동을 전하는 것이 화가로서 나의 꿈"이라면서 "이 '한국소나무2503기상' 작품이 완성 후 국제회의장과 주요 행사의 배경 그림으로 대여·활용되기를 기대하며 언젠가 미술관 또는 거대한 상징적 공간에 소장·전시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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