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김진만] 중대재해, 처벌 강화만이 능사인가

단순한 처벌만 능사 아냐…예방 중심 안전시스템 구축과 강력한 처벌 병행 필요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핵심

김진만 동부지역본부장
김진만 동부지역본부장

최근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산업재해 및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필요하면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건설면허 취소(등록말소), 공공 입찰 제한, 과징금 도입, 금융 제재 등 법률상 가능한 제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0대 시절 소년공으로 일하면서 산재 피해 경험이 있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 지시는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산재와 중대재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 근로자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후 정부 관련 부처는 연일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 공포증이 확산되는 등 초비상 상태다. 특히 대통령이 올 들어 시공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라는 특정 기업을 콕 찍어 제재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이 여파로 포스코이앤씨는 전국 103개 건설사업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또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대재해는 단순히 관련 기업의 안전관리 부실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신뢰도,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건설업은 고용 규모와 산업 연관 효과가 큰 만큼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파장은 상상 이상이다.

시공능력평가 국내 7위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만 하더라도 당장 전국의 103개 건설사업장의 공사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신인도 하락 등 손해가 엄청나다. 아파트 계약자들은 물론 1차 협력사 2천100여 개사를 비롯해 2·3차 협력사, 장비·용역·자재업체의 피해를 감안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장비 임대료·자재 납품비 지급 지연 등으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만약 건설업 면허취소나 공공 입찰 제한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가 지난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건설 현장의 경우 안전불감증과 하청·재하청 구조의 시스템, 공기 단축 압박, 안전 인력·장비 투자 미흡,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연일 산업재해 및 중대재해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방 중심의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반복적으로 구조적인 안전관리로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하는 등 예방과 처벌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해야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문한다.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는 예방할 수 있으며 반복되어선 안 될 사회적 참사이자 경제적 재난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을 절대적 가치로 삼고 안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 관련 법과 제도의 정교한 정비 등 다각적인 접근과 노력을 할 때 비로소 중대재해라는 비극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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