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진보 아성 '시카고'에도 주(州)방위군 투입하나

무질서와 전쟁 선포, 트럼프 행정부
LA, 시카고… 민주당 우세 지역 표적
"정치적 의도 의심스러워" 비판 거세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주방위군이 순찰을 돌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곳은 미국 국회의사당.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州)방위군 투입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 이달 초 워싱턴DC에 이어 최근에는 시카고와 뉴욕까지 주방위군 투입 예고 지역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질서의 극치'라며 벼르던 곳들이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출신 시장이 재임 중인 곳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질서 회복을 위한 조치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주방위군 표적 투입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엉망이 된' 진보 아성, 시카고에 투입 예고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수주 전부터 시카고에 주방위군 수천 명을 투입하는 방안을 계획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투입된 주방위군이 멋진 일을 해내고 있다며 다음 표적으로 시카고를 지목했다. 그는 "시카고는 엉망이고 시장도 매우 무능하다. 아마 다음엔 거기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도 주방위군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고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 따른 혼란을 이유로 LA에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통상 주방위군 투입에는 주지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투입을 밀어붙였고 다른 도시로도 이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질서한 지역이라 지목한 곳으로 시카고와 뉴욕 외에도 볼티모어, 오클랜드 등이 꼽혔다. 법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병력 투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민주당 출신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시카고 투입 계획이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LA와 워싱턴DC를 독재 실험의 무대로 삼았던 트럼프가 이제는 다른 주와 도시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일리노이주에 주방위군을 보낼 만한 비상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도 연방정부에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조율되지 않았고, 불필요하며, 부적절한 조치다. 주방위군을 불법 배치하는 것은 주민과 법 집행기관 사이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범죄 감소를 위해 이룬 성과를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14번가 식당·유흥가 일대를 주방위군이 순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무질서와 전쟁에 군 투입…논란 여지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 확대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폭스뉴스는 23일 주방위군이 워싱턴DC 투입에 이어 19개 주에서도 불법체류자 단속 지원 업무를 위해 투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등 미국 19개 주에 걸쳐 주방위군 병력 1천700여 명이 향후 수주 안에 국토안보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동원된다. 이들은 개인데이터 수집, 지문과 유전자 정보 채취 및 수집, 수감자 사진 촬영 등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주방위군은 미국 각 주 정부나 워싱턴DC처럼 주에 준하는 행정 단위의 자치정부가 보유한 군대다. 유사시 연방정부가 지휘할 수 있으나 헌법 또는 연방법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 치안 유지 임무 투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월 LA의 불법이민 단속 항의 시위 대응을 명분으로 주방위군을 대거 투입한 것은 1965년 이후 대통령이 주지사 동의 없이 지휘권을 행사한 첫 사례였다. 이달 11일에도 워싱턴DC의 치안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치안을 연방정부 통제 아래 두는 한편 주방위군 투입을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