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그 흐름에서 뒤처지는 상황이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일찍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주장한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있으면 국가 화폐가 위기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리에게는 당연히 위기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책을 전환한 데는 미국채 수요 진작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핵심은 달러패권의 유지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기존 외국환거래규제 등이 잘 작동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소위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외화통용 현상)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원화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제준비는 이제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미 스테이블코인 혁신법)'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규제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미국의 지니어스법이 규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미국 경제, 정확히는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법제 자체로도 상당한 규제적합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니어스법의 발행인규제, 준비자산규제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에 계류된 법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 법안들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라는 측면에서 공통되는 점이 있지만 세부적 자본금 등 진입규제의 수준, 준비자산의 범위, 이자 허용가능성, 감독당국의 긴급조치 권한 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적 관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어떻게 구별되며, 어떤 점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는지.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목적으로 발행돼 일정한 고정가격으로 언제라도 법화로 교환이 가능한 디지털자산이다. 따라서 CBDC도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을 가지고 있다. 다만, CBDC의 경우 중앙은행법(우리의 경우 한국은행법)에 의해 법화 또는 법화에 준한 지위와 그에 따른 규제를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 CBDC를 보통 훌세일형과 리테일형으로 구분하는데 훌세일형의 경우 시중은행 윗단의 결제시스템에 이용되는 것이므로 기존 전산망을 블록체인화 하는 정도이다. 반면 리테일형은 시중은행 아랫단의 이용자까지 포섭하므로 스테이블코인과 충돌할 여지가 생긴다.
-발행사 최소 자본금 50억 원, 예치금 100% 담보 의무가 시장 안정성 확보에는 어떤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혁신과 진입 장벽 측면에서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지.
▶발행인에 대한 진입규제와 준비자산에 대한 규제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목적의 자산으로 일종의 인프라적 요소가 있다. 인프라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외부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금 등 규제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진입장벽이 필요하다.
자본금 50억원이라는 것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발행하는 코인과 별도로 보유하는 자본금이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50억원인 A발행사가 고객에게 B라는 스테이블코인을 총 100억원어치 발행하게 될 경우 고객으로부터 받은 100억원은 순수하게 안전한 '준비자산'에 예치되면서 1대1로 매칭이 된다. 결국 자본금 50억원은 그대로 있으면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100억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곳에 보관이 되는 것이다. 고객이 언제든지 자신의 스테이블코인을 법적 화폐로 교화을 원할 경우 발행사가 준비자산에서 현금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둬야 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법안과 제도 도입이 필요한 것이다.
-민간이 발행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은행·핀테크·가상자산 거래소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보는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이후 기존 화폐유통경로 외 모니터링과 통제가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는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자산시장과 기존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므로 디지털자산시장의 위험을 기존 금융시장에 전이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자산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부분도 명확하다. 위험할 것 같다고 그냥 무시하면서 버티기보다는 법제화를 통해서 준비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면 세계 무역 거래에서 달러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이 이러한 국가간 스테이블코인 거래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결국은 원화이다. 원화는 세계 화폐 시장에서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없다. 결제시장에서 경쟁력은 원화의 경쟁력에 따를 수밖에 없고, 원화의 경쟁력은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 원화의 안정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이러한 거시적인 측면 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예견가능성, 안정성 측면에서 법적 제도에 대한 고안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되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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