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 솔거미술관, 죠셉 초이 기획전 '기억의 지층, 경계를 넘는 시선'

대구 윤선갤러리 협업 전시
9월 21일까지 박대성1~3관

죠셉 초이(Joseph Choi), Red figure with a cane, Oil and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25
죠셉 초이(Joseph Choi), Red figure with a cane, Oil and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25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윤선갤러리 제공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윤선갤러리 제공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윤선갤러리 제공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윤선갤러리 제공
죠셉 초이 작가. 윤선갤러리 제공
죠셉 초이 작가. 윤선갤러리 제공

최근 아트 투어로 각광 받는 경주의 솔거미술관에서 재불(在佛) 화가 죠셉 초이(Joseph Choi) 기획전 '기억의 지층, 경계를 넘는 시선'이 열리고 있다.

박대성1~3관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대구 윤선갤러리와의 협업으로 마련됐으며, 그의 회화 45점과 드로잉 58점을 비롯해 디지털 영상 작품 1점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의 작품세계는 그가 눈으로 보고 경험하며 생각했던, 내면에 층층이 쌓인 모든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한 기억은 그의 불면증을 통해 길어올려져 작품으로 나타났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완전히 잠에 들기 전 모호한 상태, 무의식과 의식이 오가며 기억 속의 어떤 것들이 꺼내지고 현재의 이미지와 뒤섞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의식과 의식이 흐릿해지는 경계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욕망도 그 중 하나. 그가 미술사를 파고들며 기억 속에 축적된 이미지들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만나 자연스럽게 화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과거에 높은 지위를 나타내던 색의 천이나 나르시즘을 상징하는 거울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구석구석 살펴보며 감상하게 된다. 종교화에서 볼 수 있는 손동작이나 다양한 형태의 의자, 계단과 커튼 등 하나하나 의미를 가진 것들이 중첩돼있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기억의 지층을 밟으며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내면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의 특징 중 하나는 드로잉과 파스텔, 유화 등 세 단계의 작업을 거친다는 것. 똑같은 그림이 세 가지의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는 "단계를 거치며 그림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단순히 과정이라기보다는 각각 완벽성을 추구한다"며 "거친 느낌의 드로잉부터 직접 손으로 그리는 파스텔화, 붓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리는 유화까지 각각의 느낌이 달라서 모든 작업이 즐겁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윤선갤러리 제공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윤선갤러리 제공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이연정 기자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이연정 기자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이연정 기자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죠셉 초이 기획전. 이연정 기자

세 단계의 작업을 거칠 정도로 철저히 계획적인 그림인가 싶은데, 그의 답은 의외로 'No'다.

"매일 아틀리에에 가면 하얀 종이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그냥 가만히 바라봅니다. 좋아하는 베토벤의 음악을 듣다보면, 책상 모서리나 바닥에 그어진 선 등 눈에 들어오는 요소들이 있어요. 그렇게 점과 선을 긋다가, 어느 날 문득 전철에서 봤던 고운 손이 생각나서 그려넣기도 하죠. 지우고 덧그리다보면 어느새 형상이 만들어져 있어요."

얼굴도 마찬가지다. 그냥 잡지나 신문 속 다양한 얼굴을 작업실 바닥에 늘어놓고 그 위를 산책하며 다니다가, 무의식적으로 눈에 띄는 얼굴을 선택해서 그린다. 다만 중성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눈썹은 없앤다.

이처럼 그가 작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로움이다. 그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계산하게 되고, 결국 어딘가에 얽매인 듯한 이미지가 나온다"며 "색을 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너무 고민하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오기에, 몸과 마음이 가는대로 그려낸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자유롭게 그려야 관람객들에게도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그의 작품은 솔거미술관의 독특한 공간과 어우러져 매력이 배가된다. 첫 전시장에서 인물을 중심으로 한 6점의 페르소나 시리즈가 관람객을 압도하고, 다음 전시장에서는 높은 층고의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AI를 활용해 작품 속 인물들을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구현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의 작품은 '포토존'으로 유명한 창 너머의 푸릇푸릇한 자연과도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전시는 9월 21일까지.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