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호준] 범죄와 나이

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급변(急變)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겠냐마는 범죄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디지털 관련이나 보이스 피싱 등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테러 협박 등 위험한 장난성 범죄도 늘고 있다. 범죄 연령대 변화도 눈에 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이상의 범죄가 급증하는가 하면 학령기 나이대 아이들의 범죄도 증가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경찰청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 158만3천여 건 중 61세 이상 노인층 피의자 비율이 18.8%로, 청년층(19~30세) 18.3%를 넘어섰다. 2011년 통계 집계(集計)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61세 이상 범죄는 2020년(15.8%) 이후 매년 늘고 있는데, 특히 살인 피의자 비율의 경우 23.2%로 모든 나이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24%에서 지난해 28.2%로 증가하는 등 계속 늘고 있다. 수명·건강에 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도 생계 곤란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노인층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절도의 경우 60세 이상이 33.9%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觸法少年·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연령 조정 등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젠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8천600여 명이던 촉법소년 검거 인원은 지난해 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잠정)됐다. 특히 촉법소년의 성폭력 범죄 건수가 크게 늘었고,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엔 중1 학생이 장난으로 인터넷에 올린 '신세계백화점 폭발물 설치' 협박으로 수천 명이 대피하고 경찰·소방 수백 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참 극단의 시대다. 범죄도 저·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정치도 극우·극좌 양 극단이 활개치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당장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고 답답한 것도 비슷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져 보자.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극에 달하면 예상치 못한 해결의 실마리가 툭하고 나타날 수도 있으니.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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