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간호대학은 올해로 115주년을 맞았다. 첫걸음은 대구자혜의원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 제도적 기반 위에 간호부·조산부 양성이 시작되며 교육 체계가 확립됐다. 광복과 전쟁을 거쳐 간호대학으로 이어진 과정은 지역 간호교육의 역사이자 전문인력 양성의 발판이 됐다. 1910~1947년 '태동기'와 1947~1971년 '확립기'를 바탕으로 현재의 모습까지 도약·성장한 것이다. 그 발전의 역사를 조명했다.

◆태동기: 지역 간호교육의 첫걸음
경북대가 발간한 '경북대 간호교육 115년사'에 따르면, 1909년 '자혜의원 관제' 반포로 각 도에 자혜의원이 설치됐으며, 1910년 9월 7일 대구에도 관립 자혜의원이 설립됐다. 이는 대구경북에서 처음으로 공공 간호교육이 시작된 것으로, 경북대 간호교육의 기점으로 평가된다.
1911년 하루 외래 환자가 200명을 초과할 정도로 환자가 늘어난 탓에 의학생 교육은 조선총독부 의학강습소로 이관됐으나, 간호부 양성은 계속 유지됐다. 간호부는 단순 간호업무뿐 아니라 일본인 의료진과 조선인 환자 사이의 의사소통 역할까지 담당했다.
이어 1913년 '조산부 및 간호부 양성 규정'이 공포돼 체계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수업 기간은 1년 6개월, 정원은 12명으로 정해졌다. 교과과정은 수신, 국어, 산술, 해부·생리, 소독법, 간호법과 실습으로 구성돼 체계적 간호교육 제도의 출발점이었다.
1920년대 들어 간호부 부족이 심각해지자 제도가 개편됐다. 입학 나이 하한을 16세에서 14세로 낮췄다. 1922년 교육과정이 개편돼 간호부 학생은 2년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했고, 졸업자는 곧바로 자격을 인정받았다.
1925년 대구자혜의원은 경상북도립 대구의원으로 개편됐다. 이후 입소생 모집은 점차 늘어났고, 1930년대에는 경쟁률이 치열해졌다. 시설 확충을 통해 간호교육의 기반을 강화하며 전문 인력 양성을 뒷받침했다.
1930년대 들어 간호부 교육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937년 80명이 응시해 24명이 합격하며 경쟁률은 3.3대 1에 달했고, 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정원 확대 요구가 제기됐다.
시설 역시 확대됐다. 1929년 신축 병원이 들어섰으며, 1935년에는 77개 병상을 갖춘 병동이 새로 건립됐고, 1936년에는 결핵환자 치료실 일부가 개조돼 마약 환자 치료소로 운영됐다. 1937년 산부인과 진료실과 여러 건물이 갖추어지면서 간호교육의 시설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


◆확립기: 광복 이후 간호교육, 새로운 체계로
광복 이후 간호교육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1947년 간호부 양성소는 '대구의과대학 부속 고등간호학교'로 승격됐다. 입학 자격은 중학교 졸업자였으며, 재학 기간은 3년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간호부에서 간호원으로 명칭이 바뀌고 면허증이 수여됐다. 당시 전국에서 인가된 고등간호학교는 서울 5곳과 대구 1곳이었고, 지방에선 유일한 인가였다. 학생들은 환자 간호 실습과 강의를 병행했으며, 이는 전문 간호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였다.
한국전쟁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1950년 전쟁 발발과 함께 간호고등학교는 병실로 전환됐고, 의과대학 부속병원은 제1육군병원으로 지정됐다. 학생들은 육군병원에 징용돼 울산과 마산으로 후퇴하며 약 9개월 동안 강의 없이 전쟁 부상병 치료에 전념했다.
1951년 4월, 대구 동부시립병원으로 교육 장소가 옮겨지면서 교수진과 학생들이 다시 모여 학업을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이듬해 5월 28일 경북대 창립과 함께 학생 전원이 학교로 복귀했다.
간호학교 교사는 UN 재건 원조로 새롭게 건축됐다. 1960년 12월, 현재 경북대병원 남쪽 구내 기숙사 옆 부지에 UN 산하 민간원조사령부(UNCACK)의 지원으로 2층 교사가 착공됐고, 이 교사는 1961년 개소했다. 이 건물은 현재도 학생 기숙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쟁 이후 간호교육은 체계화되면서, 규모를 확대했다. 1953년 교육법 시행에 따라 '간호고등기술학교'로 개칭됐고, 육군 간호 후보생 위탁교육이 시작됐다. 1957년 본교생은 108명, 위탁생은 46명이었으며, 입학 경쟁률은 최고 20대1에 달했다.
1959년 학칙 개정으로 간호고등기술학교는 경북대 의과대학 부속 간호학교로 승격됐다. 입학 자격은 고등학교 졸업자로 상향됐다. 1962년 교육법 개정으로 3년제 전문학교 과정으로 정식 개편됐으며, 졸업과 동시에 간호원 자격증이 부여됐다. 1963년부터는 국가고시제가 시행돼 졸업생 42명 전원이 합격했다. 이후 입학정원이 확대되고 교수진도 강화되며 간호교육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도약·성장기: 간호학과 승격과 간호대학 독립 출범
1972년 경북대 의과대학 간호학과가 정식으로 승격 인가를 받으며 지역 간호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로써 대구경북에선 처음으로 정규 대학 과정 간호교육이 시작됐다. 설립 목적은 전문지식과 봉사 정신을 갖춘 간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었으며, 교육목표 또한 간호업무 수행 능력을 강조했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숭고한 봉사 정신을 교육적 가치관으로 삼고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중심을 두었다. 학사과정의 교육목적 또한 전문직 간호사, 간호 교육자, 간호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있었다.
간호학과는 1976년 석사과정, 1985년 박사과정을 각각 개설했다. 특히 박사과정은 서울을 제외한 지방 최초로 설치됐으며, 국내에서 네 번째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교과목 개설은 꾸준히 변화를 거듭하며 간호교육의 전문성과 폭을 넓혔다.
2005년 3월 간호학과는 단과대학으로 승격했다. 이는 간호학과 설립 이후 33년 만의 독립이었다. 동문과 교내의 지속적인 노력,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성사된 것이다. 이후 현재까지 간호대학은 시대 변화에 맞춰 교육철학과 교육목표를 재정립하며 성장해왔다.
간호대학의 출범 당시 교육철학은 인간 존중과 인류 봉사를 바탕으로 했다. 2023년에는 '세계를 주도하는 간호첨성인, 미래를 선도하는 경북대학교 간호대학'을 비전으로 내세웠으며, 교육목적은 '창조와 혁신으로 인류 건강을 선도하는 간호전문가 양성'으로 설정됐다.
박완주 경북대 간호대학 학장은 "오는 9월 12일 열리는 경북대 간호대학 115주년 기념행사는 단순한 기념을 넘어, 지난 115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졸업한 지 오래된 동문과 최근 졸업생, 재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 후배들에게 지혜와 격려를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세대 간 소통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성과는 교수님들의 헌신, 학생들의 노력,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모교의 명예를 빛낸 동문 덕분"이라며 "앞으로 초고령 사회와 디지털 전환의 시대적 변화에 맞서 학문적 탁월함과 인간 중심의 실천을 겸비한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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