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EV) 정책 변화와 공급망 차질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했다. 최근 하이브리드차(HEV) 판매가 증가하며 대체 전략으로 주목받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부담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이 드러나고 있다. 전기차 캐즘과 관세라는 이중 난관 속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제공해온 전기차 세액공제를 오는 30일 종료한다. 이 제도는 단순한 구매 혜택이 아니라 핵심 광물과 배터리 등 공급망 구축을 위한 대규모 정책이었던 만큼, 업계는 전기차 수요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총 43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추진 중인 합작 배터리공장 완공이 미 당국 단속 여파로 지연되고 있다. 애초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셀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소 2~3개월 지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HEV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HEV 모델은 올해 1∼8월 미국 시장에서 19만8천807대가 팔려 전년 대비 4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HEV 시장 점유율은 12.3%로, 도요타(51.1%)와 혼다(17.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제는 HEV 물량 대부분이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다는 점이다. 1∼7월 대미 HEV 수출은 16만1천975대로, 같은 기간 EV 수출량 8천400여대의 19배에 달한다. 결국 HEV 판매 확대는 곧 관세 노출 확대와 직결된다.
여기에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대미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낮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는 커진다. 한국 역시 지난 7월 관세 인하에 합의했으나 행정 절차 지연으로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관세 인하 속도 차이가 이어질 경우 HEV 가격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는 수출 구조상 관세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판매가 기준 기아 스포티지 HEV는 3만290달러, 도요타 라브4 HEV는 3만2천850달러다. 만약 관세율이 한국은 25%, 일본은 15%로 적용된다면 스포티지 가격(3만7천863달러)이 라브4(3만7천778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가격 역전이 현실화되면 시장점유율 확대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북미 HEV 전략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경영 전략, 사업 전망 등을 발표하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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