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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16>연못 속 쌍둥이 섬의 정자, 정선 쌍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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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정선(1676-1759),
정선(1676-1759), '쌍도정도(雙島亭圖)', 비단에 담채, 34.7×26.4㎝, 삼성문화재단 소장

겸재 정선이 경상도 성주 관아의 객사인 백화헌(百花軒)에 딸린 정자를 그린 '쌍도정도'이다. 땅을 파서 커다란 못을 조성하고 가운데에 돌로 축대를 쌓아 나란히 쌍으로 두 개의 섬을 만든 다음 오른쪽엔 초가 정자를 앉혔고, 왼쪽엔 버드나무와 소나무 등을 심었다. 그래서 쌍도정(雙島亭)이다. 두 섬 사이에 다리가 있어 오갈 수 있다. 정자와 나무 모두 단을 갖췄다. 쌍도정 뒤의 느티나무(?)와 못 주변의 거목은 이 경관이 오래됐음을 짐작케 한다.

백화헌에서 다리를 건너가 섬의 정자에서 쉬고, 다시 다리를 건너 또 하나의 섬을 소요했을 것이다. 두 섬 사이엔 잘생긴 괴석도 한 점 가져다 놓았다. 이렇게 운치가 넘치는 이색적인 정원이 경상도의 한 관아에 있었고, 용케도 겸재 선생의 붓을 빌어 그림으로 남았다! 정선이 서울을 벗어나 성주와 멀지 않은 경상도 하양으로 발령받았기 때문에 그림으로 남겨질 수 있었다.

정선은 1721년(46세) 하양현감으로 부임해 5년간 재직했다. 지방 수령으로 나온 정선의 첫 외직이었다. 이때 '쌍도정도'와 대구를 멀리서 조망한 '달성원조도'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양에서 성주로, 성주에서 하양으로 가려면 분명 대구를 거쳤을 것이다. '쌍도정도'는 40대 후반 작품이라 60세 전후부터 보이는 정선의 박진감 넘치는 장쾌한 필묵미의 전형적인 화풍과 다르다.

정성스럽고 차분한 필치로 섬세하게 경물을 묘사했고, 쌍도정이 있는 연못을 한가운데에 두어 중심으로 삼고 그 뒤로 성주 고을과 멀리 성산(星山)이 보이는 직설적인 구도이다. 녹색이 풍성해 싱그러운 기운이 감도는 데다 바탕이 비단이라 질감과 발색이 고급스럽다.

왼쪽 아래에 이 정원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보인다. 관아와 객사는 지붕만 나타냈다. 정원 구역은 기와를 얹은 높지 않은 담장을 반듯하게 둘러쌓았다. 누가 이 멋스러운 정원을 만들었을까? 유례없이 독특한 정원을 디자인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빈틈없이 조경 공사까지 완성한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그럴만한 인물로 고산(孤山) 윤선도를 지목하기도 한다. 손꼽히는 조원가(造園家)인 윤선도가 1634년 봄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성산현감으로 재임했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작품이지만 조선시대 정원의 한 모습을 고스란히 알려주는 귀한 작품이다. 1997년 전통정원 희원(熙園)을 아버지가 세운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 조성한 고(故)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탐냈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정원도다. '쌍도정도'는 여전히 삼성문화재단에 소장돼있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겸재 정선'전이 올해 호암미술관에서 열렸고 '쌍도정도'를 20년 만에 다시 보았다. 정원은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을 벗어나는 장소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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