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안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식품 업계에선 한 번의 먹거리 사고만으로도 신뢰를 잃기 십상이다.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지만, 글로벌 시장이 부각되면서 식품업계의 식품안전을 위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샘표식품(주)에서 식품안전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지은(47) 상무이사는 '식품 안전' 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커리어를 쌓았다. 대구 출신의 이 본부장은 1999년 크라운제과를 시작으로 아워홈, CJ제일제당, 샘표식품에 이르기까지 27년간 식품 안전 업무를 맡아 40대 임원 자리까지 왔다.
그는 "식품 안전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며 "원료를 납품하는 작은 업체부터 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큰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함께 식품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본부장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케데헌' 사례를 들면서 "'식품도 문화'라는 생각으로 K푸드의 글로벌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식품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첫 직장인 크라운제과(주) 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던 2001년 무렵이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해외에서 어린이가 미니 컵젤리를 먹다가 질식사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국내 제과업체 대상으로 현황 파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식품이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고, '식품기업 경영에 최우선 가치는 식품안전' 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후 식품안전연구센터 조직이 있는 CJ제일제당(주)에 입사해 식품안전연구센터 연구원부터 품질안전담당 임원으로 지난해까지 총 13년여를 근무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터 샘표식품에서 식품안전본부장으로 일하며 식품안전과 품질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입사 후 샘표식품 품질이념으로 '세계인이 안심하고 우리맛을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식품안전문화 조성'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한 업계 인식은?
▶식품안전은 식품기업 경영에 있어 최우선 가치입니다. '안전한 먹거리'는 이재명 정부가 밝힌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식품 업계에선 식품안전을 경영에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경우 사내 식품안전 및 품질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을 운영합니다. 특히, 우리 식품 산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에서도 체계적인 식품안전 관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봅니다. 식품위생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 중인데, 식품위생 법정교육에 열심인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관심이 뜨겁다.
▶우리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또하나의 이슈는 단연 '글로벌'입니다. 올해 개봉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영화에 등장한 김밥, 어묵, 순대, 컵라면, 설렁탕, 호떡 등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분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 멜라민 접시, 스테인리스 밥공기와 뚝배기는 한국 고유 식문화를 보여줬습니다. 수저 아래에 냅킨을 깔거나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는 한국인의 생활 습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식품도 문화'라는 깨달음을 다시금 갖게 된 계기였고요.
최근 K컬쳐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K푸드에 대한 해외 소비자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국내 식품업계는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해외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처를 다변화하고, 수출 물량 대응을 위해 국내 공장도 증설하고 있습니다. K푸드 진출도가 낮은 국가를 타깃으로 신규 시장 개척에도 힘쏟고 있습니다.
- 식품안전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CJ제일제당 품질안전담당 조직장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식품안전 전담 팀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국가 별 식품안전 규제를 연구하고 해외 정책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목적이었는데요, K푸드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해선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해외 규제를 염두에 둬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둬 글로벌 전략 제품인 김치, 만두 등을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신기술을 적용해 휴먼 에러로 인한 소비기한 등과 같은 식품 표시 오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 기반 자동검증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해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이를 동종 업계에 전파함으로써, 국내 식품안전관리 선진화에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받았습니다.
식품안전과 선진 품질 기술은 업체 간 경쟁이 아닌 상호 협력을 공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소비자 건강을 보호하고 한국 식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건설적인 시너지가 나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 식품안전 관리와 디지털 기술 융합이 주목된다.
▶한국 식약처 주도로 아시아·태평양식품규제기관장협의체(APFRAS)가 2023년 출범했는데, 당시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초청돼 '식품안전관리 디지털화'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식품기업이 식품안전과 품질관리를 위해 주목해야 할 5대 디지털 핵심 기술로 ▷AI(인공지능) ▷OCR(광학문자인식) ▷Mobile(모바일)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 ▷ICT(정보통신기술) 등 제시했고, 실제 현장 적용 사례도 공유했습니다. 5차 산업혁명이란 인간과 인공지능이 조화롭게 협력하는 산업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식품산업에서도 디지털 기술 적용이 필요하지만, 식품안전과 품질만큼은 무엇보다 사람의 이념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청년들에게 줄 메시지는?
▶현재에 집중하면 미래가 열립니다. 현재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의 기회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역량을 집중하면 성공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실패했다고 생각되거나 후회되는 순간들이 있을텐데, 그 과거는 또다른 미래 성공의 마중물이자 나만의 자산이 돼있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 스스로도 "어제 보다 조금은 다른 오늘에 도전하자"는 각오로 주변의 작은 변화라도 도전하며 성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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