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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치솟는 물가, 기업·상인 타박한다고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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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2%대로 올라섰다.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요금 인하 효과로 8월에 잠시 1.7%로 둔화했다가 반등했다. 가공식품 물가가 전달처럼 4.2%나 뛰었고, 축산물·수산물도 5~6%대 상승세였다. 달걀 가격은 1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이며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채소류 물가가 내려 농산물 물가는 다소 떨어졌지만 쌀(15.9%), 찹쌀(46.1%) 상승률은 가팔랐다. 한국은행은 2%대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환율과 유가(油價) 변동성에 주목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생산성 제고, 유통 구조 혁신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앞선 정부들과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식료품 물가 급등 상황을 질타(叱咤)하며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진단 방향은 옳지만 관계 부처들이 정확한 해답을 내놓기는 힘들어 보인다. 환율 문제로 수입 식료품 가격이 올랐다는 취지의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의 언급에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았다. 담합, 독과점, 매점매석(買占賣惜), 폭리 운운하며 식품기업들의 고삐를 잡으면 물가도 잡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물가는 복합적 원인으로 오른다. 대통령 지적대로 정부 통제의 약화가 원인일 수 있고 환율과 국제 농산물 가격, 인건비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업의 협조를 구해야지 파렴치한 악덕 기업들로만 몰아가선 곤란하다.

13조2천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됐다. 쿠폰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쿠폰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新造語)도 등장했다. 지난 2020년 5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후 한우 물가가 10%대로 급등한 적이 있다. 국채 발행으로 나랏빚이 늘어나면 소비자물가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저성장으로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확장 재정을 이어가면 물가가 뛴다는 말이다. 원인 분석이 정확해야 답도 옳다. 애먼 기업들만 궁지에 몰아넣으면 경제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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