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화'라는 명분 아래 국가가 자행한 폭력의 상처가 60여 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서산개척단 사건 피해자와 유족 112명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총 118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기관이 주도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법원이 그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1년부터 1966년까지 국가가 일반 국민을 충남 서산 등지로 강제 수용해 노역을 시키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감금된 채 폭행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제대로 된 의료 조치도 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국가기관이 주도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법률구조공단은 지난해 10월 공익소송의 일환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 여부였다. 법률구조공단은 "민간인 집단희생이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는 객관적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11일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입소 기간 하루당 15만~20만 원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했으며 일부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액을 인정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윤성묵, 이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가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해 법원이 배상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위자료 액수에 아쉬움은 있지만 늦게나마 역사적 사건에 법적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서산개척단 피해자 중 중위소득 125% 이하인 국민을 대상으로 법률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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