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1일 캄보디아에서 우리 대학생이 고문(拷問)을 당해 숨지는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미끼 납치와 감금 등의 범죄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최근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부가 외교적으로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제1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 책임(責任)의 정점에 있다. 대통령은 청년들의 반중 시위에 대해선 앞장서 비판하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외국에서 당한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선 직접 나서지 않고 '대통령실 관계자'를 앞세웠다. 책임 회피(回避)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고문 사망 사건은 이미 지난 8월 발생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사건이 알려지고 논란이 확산하자 겨우 이달 10일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招致)해 강한 우려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구조를 외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선, 우리 대사관이 캄보디아 경찰과 수시로 접촉하며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면피(免避)하기 바쁘다. 또 '본인 신고 원칙'은 대사관 자체 방침이 아니라 현지 경찰의 공식 요구라고 해명(解明)했다. 외국에서 납치·감금된 사람에게 직접 경찰에 신고하라니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지난해에도 외교부는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납치된 국민의 구조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논란(論難)을 일으켰다. 납치된 40대 남성이 숨겨 둔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연락해 구조를 요청하자 대사관 직원은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고 했고, 건물 6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이 남성이 대사관을 찾아 피신하려 했지만 새벽이란 이유로 한동안 대사관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恨歎)이 저절로 나온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폭증한 데 이어 올해 8월까지만 330건이 발생했다. 이쯤 되면 국가의 존재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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