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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배형욱] 점수 벌이용 '유령 선수'와 눈먼 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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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시·도민체전의 민낯, 대학-체육회 '공생'에 예산만 줄줄

배형욱 사회2부 기자
배형욱 사회2부 기자

매년 열리는 시·도민체전과 전국체전은 지역 체육인들의 축제다. 시·군이나 각 시·도의 명예를 걸고 땀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은 벅찬 감동을 준다. 하지만 화려한 전광판 뒤편에 가려진 실상은 축제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최근 포항 A대학에서 불거진 위장 출전 의혹은 우리 체육계가 성적이라는 성과를 위해 얼마나 깊은 늪에 빠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위장 출전 관행이 전국적으로 굳어진 배경에는 낡은 채점 방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재 주요 체육대회는 획득한 메달 개수보다 종목별 출전 점수와 성적을 합산해 종합 순위를 매기는 '종합 점수제'로 운영된다. 이 방식에서는 인기가 없거나 선수가 부족한 종목이라도 일단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기본 점수를 받는다. 전체 순위에 매몰된 지자체 체육회 입장에서는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출전 선수를 구해야만 하는 구조다.

신입생 가뭄에 시달리는 지방 대학들은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출전 선수가 필요한 지자체와 학생 수가 절실한 대학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학교 선배나 운동부 감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제자나 은퇴 선수에게 주소 이전을 제안하는 은밀한 관행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유령 학생'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굳이 체육 관련 학과에 입학할 필요도 없다. 대학은 전공과 무관한 일반 학과라도 상관없이 무작정 학생을 받아 학과 정원을 채워 신입생 충원율을 높인다. 학업을 이어가거나 전공을 살릴 목적이 없는 이들이 일반 학위 과정의 정원을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 혈세가 이중으로 줄줄 샌다. 학교에 적만 두고 실제 수업에는 단 한 번도 들어오지 않는 선수들도 엄연한 학생 신분이다. 이들은 대학이나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등록금을 면제받거나 감면받는다. 여기에 지자체 체육회로부터는 별도의 훈련비를 현금으로 챙긴다. 학생 교육에 쓰여야 할 교육 재정과 체육 발전에 쓰여야 할 체육 예산이, 실제 교육이나 기량 향상과는 거리가 먼 서류상 학생을 유지하는 데 낭비되고 있다.

현장의 소문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소규모 지방 대학을 인수해 전공과 무관한 유령 학생으로 채우고 체육대회에 출전시키는 것만으로도 대학 운영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경북지역 C대학 관계자는 운동 관련 학과를 만들면 학생을 꽉 채워주겠다는 제안을 외부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조직적인 거래가 전국 어디서든 조건만 맞으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단 몇 점의 참가 점수를 더 얻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청년들을 서류상 학생으로 만드는 대회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지자체나 지역 체육회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이 견고한 사슬을 끊어낼 수 없다. 대회 흥행과 성적을 위해 서로 알면서도 묵인하는 분위기가 이미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낡은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한 '제2의 A대학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행정적 허점을 보완해야 할 때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벌여 장학금 부정 수급 등을 면밀히 확인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지역 체육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종합 점수제와 순위 경쟁 방식 아래서는 지역 체육회나 대학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다"며 "정부가 나서서 정원만 채우는 유령 학생 실태를 파악하고 예산이 투명하게 쓰이도록 관리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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