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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김봄이] 이송이 빨라지면 '응급실 뺑뺑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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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봄이 사회부 기자
김봄이 사회부 기자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에서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60대 여성이 87분에 걸친 '응급실 뺑뺑이' 끝에 결국 숨졌다. 받아 주는 병원에 가기까지 거절당한 횟수만 무려 서른 차례였다. 이달 초에는 충북 충주에서 임신부가 병원 7곳으로부터 이송 불가 통보를 받아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가 잇따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119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응책을 주문했다.

이후 두 달 만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다. 중증 환자의 경우 119구급대가 개별 병원에 연락을 돌리는 방식이 아닌 상황실이 병원을 선정하는 것이다. 상황실은 실시간으로 환자 정보를 공유받고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 이송 병원을 정하게 된다. 시도별로 응급환자 이송 지침을 만들고, 지역 내 병원·구급대·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정에 합의하게 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통합 시스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오리온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환자와 병원 정보를 연계하고, 병원이 수용 여부를 판단해 배정한다. 영국과 독일도 중앙센터가 중증도를 판정하고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2023년 7월부터 중증환자의 경우 구급대가 아닌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책임형 응급의료대책'이 시행돼 이송 지연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봤다.

이번 정부 대책과 해외, 대구 사례들은 모두 '이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고개를 젓고 있다. 어떻게든 환자를 병원에 빨리 보낸다는 식의 대책은 '뺑뺑이'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는가'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병원에서 응급실은 치료의 출발점이다. 응급 치료가 마무리되면 최종 치료는 배후 진료과에서 해야 한다. 상당수 응급실 미수용 사유 또한 응급 치료는 가능하더라도 배후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다. 배후 진료과는 대부분 필수의료과이고, 결국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이다.

법적 리스크도 의료진을 움츠러들게 하는 원인이다. 배후 진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받았다가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면 병원이나 의료진은 형사적 책임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차라리 응급환자의 수용을 거부해서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당하는 것이 의료진에게는 리스크가 적은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대책을 토대로 3월부터 호남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 지역 의료진들 사이에는 시범 사업 거부 분위기까지 일면서,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의료진의 협조가 없다면 시범 사업의 결말은 당연히 실패다.

응급의료계는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라는 용어를 경계한다. 의도적으로 환자를 거부하고 외면한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서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기사 댓글에는 '의사가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하냐' '의사가 사명감도 없냐'는 식의 비난이 쏟아진다. 응급실 의사들이 환자를 일부러 받지 않는 것일까. 응급의학과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의사로서의 '사명감'은 충분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결국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의료진이다. 그들이 제대로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본질적인 문제를 손질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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