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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개정·한의사 X레이 허용 법안 등장…의료 직역간 갈등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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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을 두고 약사 "환자 선택권 확대"·의사 "대체조제로 제도 충분"
한의사 X레이 사용 두고도 갑론을박…한의사 "이미 배웠다"·의사 "임상경험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최근 국회가 입법을 추진 중인 의료관련 법안을 두고 의사와 약사, 한의사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대체조제 간소화와 성분명 처방 의무화, 한의사 X레이 사용 허용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거나 논의 중인 가운데 의사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27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약사가 대체조제 시 병원에 통보를 못한 경우 처방한 의사에게 전화와 팩스를 통해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것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시스템을 통해 보고할 수 있도록 사후통보 방식을 추가했다.

의사들은 이 법안이 국회에 올라왔을 때부터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의사들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대체조제 여부를 의사가 바로 알지 못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과 이로 인한 환자들의 위험을 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은 의료계의 반발을 더 가속화시키는 중이다. 현재 계류중인 이 법안의 골자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지금도 의사가 처방 낸 약이 약국에 없으면 같은 성분의 약으로 내어주는 대체조제가 가능하다"며 "의료는 전문가의 올바른 판단을 믿고 치료방법을 상의하는 것이 필수적인 분야인데 이를 무시한 채 국민의 조제약 선택권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사냥을 가르쳐 준다고 어린이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과 같은 무책임하고 몰상식한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약사들은 성분명 처방으로 의약품의 낭비를 줄이고 환자의 의약품 선택권이 더 늘어난다고 말한다.

대구시약사회 관계자는 "예를 들어 주 치료약이 아닌 위 보호제만 해도 같은 성분의 약이 수십가지인데, 병·의원에서 지정한 약이 아니면 조제가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이럴 때 대체조제가 가능하다면 약의 종류를 너무 많이 구비해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되는 의약품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의사 X레이 사용 허용 법안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이 한 판결로 제정에 탄력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X레이를 이용한 골밀도측정기를 진료에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측정기의 결과를 진료에 참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서양의학적 진단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의사들은 진단용 X레이 장치 안전관리책임자 요건에 한의사 추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이 판결로 정당성까지 얻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입법에 관해 환영하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미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X레이의 원리, 촬영, 판독에 대한 체계적이고 충분한 교육을 받은 한의사에게 X레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양의계는 사법적인 판결은 물론, 국민과 학계, 산업계, 정부까지 모두 한의사의 X레이 사용의 당위성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치료에 관한 과학적 근거나 임상 경험도 없이 X레이 사용 권한을 한의사에게 준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X레이만 하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관련 진료과에서 인턴, 레지던트 수련과정까지 다 거치면서 판독법을 익히는데 한의사들은 정규 교육과정에만 배우기 때문에 임상 경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발생하게 될 여러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고 X레이 사용을 요구한다면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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