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유튜브 한 편을 보내왔다.
타이틀은 '[해외감동사연] 일본 교수가 한국에 와서 눈물 흘린 이유!'라며, 제목은 '결국 한국에 무릎 꿇은 일본! 숨겨진 독도 비밀문서에 일본 전역이 발칵 뒤집힌 이유!?'였다.
"일본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로 시작하는 유튜브 내용은 "61세 원로 교수의 단 한 편 논문이 일본 정치계를 뒤흔들었어요"라고 긴급 뉴스를 보도하듯 시작했다. "외무성 간부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매국 논문'이라며 비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라고도 했다.
첫머리를 보고, 독도에 무슨 엄청난 희소식이 생겼나 보다 싶어, 심박수가 급상승했다.
내용은 일본 저명 학자의 독도에 대한 양심 고백이었다. 주인공은 일본 외무성의 독도 대응 팀에서 실무를 맡아 30년간 근무하고 현재 메이지대학에 재직 중인 타카하시 유타로 명예교수였다. 그는 2주 전까지 TBS방송에 출연하여 독도가 일본 영토인 결정적 논문을 마무리 중이었다고. 그러다가 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2박 3일간 한국에 가서 독도 전문가를 만나 자신이 몰랐던 '비밀문서'를 확인한 후, 이어 독도를 방문하고 학자적 양심에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논문을 써서 발표한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주인공인 타카하시 교수가 확인했다는 '비밀문서'는 1145년 편찬한 『삼국사기』의 우산국 정벌과 1454년 『세종실록』 「지리지」에 나오는 '우산과 무릉 두 섬은 맑은 날 마주 보인다'는 기록, 그리고 1667년 일본에서 저술한 『은주시청합기』, 1877년 「태정관지령」, 이에 더하여 1900년 반포한 「대한제국 칙령 41호」였다.
유튜브가 적시한 내용은 우리나라 독도 영토주권을 확인해 주는 역사 증거임은 맞는다. 조목조목 잘 짚기도 했다. 독도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보면 훌륭하다고 할 정도다.
문제는, 이것이 초등학교 독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숨겨진 '비밀문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튜브의 주장대로, 일본 독도 대응 팀 책임자이면서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류투성이다. 독도재단이 서울에 있다고 하고, 울릉도에 비행기 타고 갔다고 하지 않나, 2018년 타계한 김성도 이장을 만났다고도 한다.
유튜브는 등장인물과 배경을 볼 때 AI가 생성한 '픽션'임에 틀림없었다. 한술 더 떠는 것은, 이것을 유포한 유튜버는 독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유튜브가 조 현재 회수30만 회를 넘었고 구독자가 5만9천400명이 됐다. 광고도 3건이나 붙었다.
누구는 AI가 생성한 유튜브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고 감동을 준다면 '괜찮지 않나'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독도는 재미로 다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국가 영토 경계에 관한 문제다. 일본은 독도를 공격할 때면 늘 '한국이 거짓말한다'고 앞세운다. 바로 이런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거짓말'의 빌미가 된다.
조작된 허구의 독도 주장에 박수를 치면 독화살로 되돌아온다. 독도를 지키려고 논리로 맞서고, 법리 다툼을 하는 전문가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꼴이 된다. 제3국 사람들이 볼 때도 우리의 독도 주장이 '비이성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감동' 운운 유튜브는 돈벌이를 위해 독도를 팔아먹는 매국 행위다. "독도를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라."
전충진(전 매일신문 독도상주기자, 독도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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