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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김교영] 포스트 APEC, 경주의 비상(飛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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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지난 1일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폐막했다. 경주 APEC은 21개 회원국과 초청국의 정상들, 글로벌 기업인들이 자유무역과 다자주의(多者主義)의 정신을 확인한 '빅 이벤트'였다. 아시아·태평양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자는 '경주 선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관세 협상을 타결한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일·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국가 간 현안(懸案)을 풀어 가는 외교 무대이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 주간 동안 경주는 글로벌 뉴스의 중심이었다. '빅 2'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기업의 수장들이 대거 방문하면서 APEC 열기는 역대 최고였다. 시민들은 '천년의 미소'로 귀빈(貴賓)들을 환대했다. 공공장소와 내 집 앞을 청소했고, 손님들을 친절히 모셨다. 빛나는 시민의식이었다. 이는 찬란한 문화유산과 함께 '천년 고도(千年古都) 경주'의 품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특별 연설에서 "이곳 경주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협력과 연대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자부한다"며 "삼국시대의 패권 경쟁과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천년 왕국 신라는 시종일관 외부 문화와의 교류, 개방을 멈추지 않았다"고 경주를 자랑했다.

경주는 이번 기회에 그 이름을 만방(萬方)에 알렸다. 세계인들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경주박물관을 주목했다. 불국사·석굴암, 왕릉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황리단길, 동궁과 월지 등은 경주를 찾은 명사(名士)들의 찬사(讚辭)를 자아냈다. 지난달 30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안내로 불국사를 방문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다보탑의 화려한 멋, 석가탑의 균형감 있는 멋이 조화롭게 배치된 불국사 대웅전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캐럴라인 래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황리단길에서 화장품을 구입한 뒤 자신의 SNS에 "경주의 감성과 K뷰티의 트렌드가 동시에 느껴진다"고 밝혔다.

전 세계 4천여 명의 기자들은 경주를 누볐다. 경주의 멋과 맛을 취재해 기사를 내보냈다. 행사 주무대인 화백컨벤션센터(HICO)는 행사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화백(和白)이라는 명칭 때문이다. 화백은 고대 신라에서 국가 중대사를 만장일치(滿場一致)로 결정했던 회의 제도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 정신"이라고 말했다.

경주 APEC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7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눈앞의 이득만이 전부가 아니다.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렸고, 경주를 각인시켰다. 돈으로 환산(換算)할 수 없는 성과다. 경북도는 경주를 세계 10대 글로벌 관광도시로 키우기 위한 '포스트 경주 APEC 사업'을 추진한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 마침 김민석 총리도 각 부처에 포스트 APEC 준비를 지시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대한민국과 경주에 무엇을 남길지 포스트 APEC을 면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경주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비상(飛上)하길 바란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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