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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조두진] 주인과 머슴의 관상(觀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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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얼마 전에 독서신문(월간 문화예술지)에 전화를 해 "2021년 6월 호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 직원은 "재고(在庫)를 확인하고 연락하겠다"며 연락처와 이름을 물었다. 3, 4시간 후에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6월 호를 찾았습니다만 혹시 '문학기행-조두진 북성로의 밤' 기사 때문에 찾으시는 거라면, 그 기사는 2021년 7월 호에 실렸어요. 이 때문에 찾으시는 거라면 7월 호로 보내 드릴까요?"

독서신문 기자가 북성로 문학기행차(次) 필자를 방문한 것은 2021년 6월이었다. 그 얼마 후 독서신문사로부터 문학기행 기사가 실린 책을 우편으로 받았는데,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 없었다. 독서신문 홈페이지를 검색하니 해당 기사는 2021년 6월 16일 자에 실려 있었다. 그래서 6월 호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했던 것이다.

전화를 받았던 독서신문 직원은 2021년 6월 호를 찾아 우편으로 보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는 기계적으로 일하지 않았다. 2021년 6월 호를 펴 봤으나 '조두진이라는 사람이 그 책을 찾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는 독서신문 홈페이지에서 '조두진'을 검색했을 것이고, 관련 기사가 종이책에는 6월 호가 아닌 7월 호에 실렸음을 알아냈을 것이다.

'머슴이 마당 쓰는 것만 보아도 그가 평생 머슴 노릇을 할지, 장차 주인이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지위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일의 결과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미래도, 세상도 달라진다.

'사회적 비용'도 달라진다. 행인은 횡단보도에 떨어진 돌멩이를 그냥 보고 지나쳐도 그만이다. 하지만 돌멩이가 자동차 바퀴에 튀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인의 태도에 따라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퇴근할 때 작업장의 전등을 끄는 것, 아이들이 위험한 장소에서 놀면 충고하는 것, 아프거나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을 위해 119나 경찰에 전화하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그 '태도'가 우리를 지키고, 키운다. 상(相)은 태도에서 나타난다. 주인(主人)처럼 임하면 주인이 되고, 종[奴·노]처럼 임하면 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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