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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출장 의혹 검찰 송치 22명 중 구의원은 한명 뿐…"말단 공무원만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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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송치된 달서구의회 A구의원 "다른 의원들도 문제 많아…수사 납득 어렵다"
"근무평가 좌지우지" 의회 인사권 독립 후 적극적 진술 어려워
경찰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검찰 보완수사도 남아있어"

대구경찰청 본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경찰청 본관 전경. 매일신문DB

경찰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의뢰로 지방의회 해외연수 비용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결과,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들만 속수무책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결과를 둘러싼 불신이 커지며, 지역 기초의회와 공직사회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국외출장 결정권한 기초의원에 있는데…'꼬리 자르기' 수사 논란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국외 출장비를 부풀려 집행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대구지역 기초의회 소속 공무원과, 구의원, 여행사 관계자 등 2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수십 명의 피의자가 대거 검찰에 넘겨졌지만, 구의원은 이 중 달서구의회 소속 의원 1명이 유일하다. 동구의회의 경우 2년 전 싱가폴·말레이시아 국외출장에 이어 지난해 일본 국외 출장때 부풀린 항공료가 문제가 돼 수사를 받았지만, 의정팀장과 회계 담당 주무관 등 직원들만 검찰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와는 상반되게 실제 국외출장의 권한과 책임은 의원들에게 쏠려있다. 국외출장의 최종 결재권자는 의회 의장이고, 국외출장의 경비나 일정 등을 사전 심사하는 기구인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에도 의원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다. 올초 국외출장 심사 절차를 강화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이 내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심사위 구성에 의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경찰 수사로 검찰에 송치된 A구의원은 "고의적으로 항공료를 부풀린 것이 아니고 티켓 회계처리가 잘못된 건데 다른 의회와 같은 혐의로 엮이니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면서 "이게 문제가 된다면 다른 의회 의원들도 똑같이 검찰 송치가 돼야 하는데 경찰 수사도 납득하기 어렵다 "고 밝혔다.

◆공무원 "기초의회 의원들이 실무자에 책임 떠넘겨" 반발

의회 내부에서도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항공료를 부풀리는 관행이 공무원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염려로 진술이 희석됐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의 한 기초의회 사무국 직원 A씨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의회 직원들의 인사권은 의장이 쥐고 있어 의원 지시로 항공료 조작에 가담했더라도 진술을 피하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특히 의정 팀장 정도가 되면 근무평가를 신경써야하는 위치라 결국 직원들만 책임을 지는 불합리한 수사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로 검찰에 넘겨진 한 여행사 대표 B씨도 "의회 직원이 독단적으로 여행사에 항공료를 부풀리자는 제안을 할 수 없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국외출장 당시 소통했던 한 의회 직원은 본인도 윗선에서 시켜 어쩔 수 없다는 말까지 했었는데, 지목이 된 의원은 검찰에 송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 공무원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장은 "국외출장 최종 결재권이 의원들이 갖고 있고, 혜택도 의원들이 누리는데 뒷감당은 직원들이 하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조사 대상들의 진술만으로는 판단 할 수 없고 명백한 증거 등을 통해 입증된 사례만 검찰에 송치했다"며 "또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의심만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만약 누락된 판단이 있다면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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