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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尹, 계엄선포 후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다' 말해" 법정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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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재판 나와 증언, "동원됐다 생각…저 상황이면 안 갔어야" 울먹
최상목 "50년 공직생활 이렇게 끝낼 거냐" 항의하자 韓 "나도 반대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송 장관은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농림 장관을 지냈으며 이재명 정부로 정권교체된 이후에도 유일하게 연임돼 재직 중이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다시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돌아온 상황을 증언하며 "(윤 전 대통령이) 들어오셔서 '마실 걸 갖고 와라' 이런 이야기도 했고, 앉으신 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말씀도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에게 본인이 가셔야 할 일정이나 행사를 대신 가달라는 말씀도 하셨던 것으로 기억난다"며 "각 부처에 몇 가지 지시를 했던 것으로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내가 당분간 가야 할 행사를 총리님이 대신 가주셔야겠다"고 언급한 게 확실히 기억나느냐고 확인했고, 송 장관은 "기억난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당분간이라는 이야기를 한 게 맞느냐. 일시적, 경고성이라면 당분간이라는 단어와는 상충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이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상반되지 않느냐는 취지다. 이에 송 장관은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윤 전 대통령이 '경고성 비상계엄이다, 일시적으로 하는 거다'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고, 송 장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울산에서 행사를 마친 뒤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지금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후에는 한 전 총리가 전화해 국무회의 참석을 독촉했다고 밝혔다.

당시 송 장관은 오후 9시 37분쯤 통화했는데 당시 한 전 총리가 "오시고 계시죠?"라며 도착 예정 시간을 물었고, "오후 10시 10분쯤 도착한다"고 하자, 한 전 총리는 "좀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냐"고 서너차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른 회의 때도 한 전 총리가 참석을 독려하는 전화를 한 적이 없느냐"고 질문했고, 송 장관은 "그런 적은 없다. 회의 빨리 오라고 말씀하신 적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송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한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었고, 이 전 장관이 '계엄'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계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한 전 총리가 "나도 반대한다"고 답한 사실도 증언했다.

송 장관은 "최 전 부총리가 평소에 비해 약간 흥분한 톤으로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아셨냐'고 확인했는데 다들 몰랐다고 했고, '그럼 이 모든 걸 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의논했단 거냐'고 했다"며 "이후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 생활 이렇게 끝낼 거냐'고 말했다"고 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나도 반대한다"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이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 앞에서 반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느냐"고 묻자, 송 장관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 선포 이후 한 전 총리나 이 전 장관이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사후에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권유한 사실도 증언했다.

특검팀은 "특검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이나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동의를 표명하는 게 아니다, 회의에 참석했다고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며 "누가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답했다.

최 전 부총리는 이때도 "일은 하겠다. 그런데 서명은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저도 한 전 총리에게 '서명하기 어려울 듯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한 전 총리는 '본인 판단대로 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저로서는 영문을 모르고 저 자리에 갔다"며 "저건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생각하고, 2∼3분 동안 대통령이 오셔서 회의가 아닌 통보에 가까운 걸 말씀하시고 나가서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자리에 앉았다가 나오게 됐으니 그렇게 느꼈다"며 "저 상황인 줄 알면 당연히 안 갔어야 한다. 저희가 안 갔으면 저 상황이 안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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