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당열전]대장동 항소포기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얻고, 잃게 될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대장동 항소 포기, 누구가 웃나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자 평검사는 물론이고 검사장들과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들까지 항의했다. 검찰의 구형과 법원 판결이 너무 다른데, 무슨 근거로 관례와 정의에 어긋나는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배경과 법리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검사들 뿐만 아니라 법조계, 정치권, 성남시도 "성남 시민이 가져야 할 이익을 대장동 일당이 가져가도록 검찰이 길을 터줬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법리스크를 덜기 위한 권력형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반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법·위법이 드러난 정치검사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정치 검사들에 대해서 즉각 감찰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검사파면법'을 발의하겠다고 하고, 변호사법을 개정해 징계 종류와 중대성에 따라 변호사 등록과 개업도 제한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쪽은 항소포기를 결정한 쪽인데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든 내 살 길부터

중국 역사 최초로 통일 제국을 건설(기원전 221년)한 진(秦)나라 시황제(진시황)가 죽고 2세 황제(호해)가 19세 나이로 즉위했다.(기원전 210년). 어린 황제는 간신(환관 조고·趙高)의 꼬임에 빠져 놀기 바빴다.

기원전 209년 '진승·오광의 난'이 발생했다. 반란군들이 지방 관아를 공격하며 급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이에 호해는 신하들을 불러 어찌하면 좋을지 물었다. 신하들이 "급히 군대를 동원해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즐겁게 노느라 바쁜 호해는 그 말에 화를 냈다. 이때 숙손통(叔孫通)이 황제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여러 신하들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여 한 집이 되게하고, 각 군과 현의 성을 허물고 무기를 녹여 다시는 그 무기를 쓰지 않겠다는 뜻을 천하에 보였습니다. 또한 위로는 밝은 군주가 있고, 아래로는 법령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하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금 진승 따위가 하는 일은 단지 쥐나 개가 물건을 훔쳐가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방 군수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이에 호해는 기뻐하며 숙손통을 칭찬했다. 조정회의(朝政會議)를 마치고 궁 밖으로 나온 신하들이 숙손통에게 말했다.

"어찌 그리 거짓 아첨을 잘 하십니까?"

진승과 오광의 난은 보통 사태가 아닌데, 좀도둑 정도로 간주하고, 쉽게 진압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숙손통이 대답했다. "여러분들은 모릅니다. 나는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죽을 뻔했습니다."

진나라가 망하고 황제가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살자면 진실이 아니라 황제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얼마 후 진나라는 망했다.(기원전 206년) 호해가 즉위하고 고작 4년 만이었다.

▶항소포기 대장동 일당 편든 셈

대장동 사건은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 수뇌부 및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고위직과 한통속이 돼 3억 5천만원을 투자해 7천800억 원을 챙긴 사건이고, 항소포기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범죄수익으로 보이는 수천억 원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한 사건이다. 성남 시민의 공적 재산 환수 기회를 차단한 것으로, 대장동 일당만 좋아할 일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평검사는 물론이고 검사장들과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들이 반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당장은 좋아 보이나 위기 자초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항소포기에 대해 "이건 옳지 않다. 적절한 조치로 대장동 일당의 돈을 환수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옳다. 하지만 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항소포기를 결정한 사람이 아닌, 항소포기를 비판하는 검사들을 나쁜 놈으로 몰아세웠다.

민주당의 상식·공정과 거리가 먼 발언들이 당장은 '개딸들'과 이재명 대통령 귀를 즐겁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들이 장차 이재명 정부를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항소포기'를 시작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시도들(검찰에 공소취소 압박·법왜곡죄 제정·공직선거법 개정·재판중지법·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등)이 이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더욱 짙게 할테니 말이다.

▶대통령 위한다며 무덤 파는 꼴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며칠 전, 민주당은 '국정안정법(대통령 임기 중 재판중지법)'을 들고 나와 헛발질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법원은 대통령이 기소된 5개 재판을 모두 중단했다. 법원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냥 두면 그만인데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이라며 들고 나오는 바람에 '이재명 대통령은 범죄 피고인'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재확인하도록 한 셈이다.

'대장동 항소포기'는 '핵 펀치'다. 대장동 기소는 검찰의 조작기소라는 프레임을 열심히 씌워왔는데, 항소포기로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 유죄'라는 강한 인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 뒤라도 입을 다물었으면 나았을텐데,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향해 항명·반란 등 온갖 비난을 퍼붓고 처벌하겠다고 하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셈이다.

▶사법 리스크 지우기 시도의 역풍

진나라 숙손통은 정확한 상황을 보고해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대신, 황제를 위하는 척 거짓말하며 자기 잇속을 챙겼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장동 항소포기는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을 향해 '항명' '반란' '공무원 신분 망각'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개딸들'이 듣기 좋아할 말로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을 향한 이들의 비난·겁박과 각종 조치는 결과적으로 국민 분노를 키우고, 이 대통령 유죄 심증(心證)을 굳힐 뿐이다. 대장동 항소포기를 비롯해 사법 리스크로부터 대통령을 구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오히려 이재명 정부를 낭떠러지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 검사 징계하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